근무자 다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동영상 시청
현대차 "품질불량·사고 우려"vs노조 "노사합의 일방파기"
사측 20일까지 와이파이 제한 유보…노사 실무 협의 후 결정

현대자동차 노조가 회사 측으로부터 '생산라인 근무시간 와이파이 사용 제한'을 통보받고 특근 거부를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자 사측은 와이파이 접속 제한을 유보했다. 하지만 이번 '와이파이 사태'로 노사 모두 망신살을 뻗쳤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지난 9일부터 울산공장 생산현장 내 24시간 제공됐던 와이파이 사용을 쉬는시간과 식사시간에만 한정시켰다. 사측은 근무시간 와이파이 사용으로 인한 품질 불량과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다수 근무자가 생산라인을 따라 미리 혹은 늦게 작업하는 식으로 여유시간을 확보하면 컨베이어벨트에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일이 생기자 공문 발송을 통해 제재에 가한 것이다.

하지만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9일 "핵심은 와이파이 사용여부가 아니라 사측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과 노사합의를 깨고 접속을 차단한 것"이라며 "노사합의 일방 파기는 현장 탄압"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이에 노조는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오는 14일 특근을 거부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결국 노조의 반발에 사측은 한 발 물러섰다. 와이파이 사용 제한에 대해 노조 측과 협의를 진행한 후 다시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20일까지 와이파이 제한을 해지하고 이후 실무협의를 통해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노조 역시 사측의 결정에 14일 특근 거부를 철회했다. 

다만 이번 '와이파이 사태'로 노사 모두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와이파이 중단'으로 노사가 다투는 것 자체가 우스운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 노조 게시판에는 "와이파이 끊는다고 특근 거부하는 걸 두고 주위에서 비웃는다. 조합원인 것이 부끄럽다", "무슨 와이파이로 특근을 거부하냐 기가찬다", "대기업 노조가 와이파이 때문에 뉴스도 나오고 한심하다"등 불만 섞인 비난의 글도 다수 올라왔다.

한편 '와이파이 해프닝'는 현대차 공장에서 행해 온 일명 '올려치기·내려치기'에서 시작됐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면서 작업자에게 자동차가 오면 5~6대를 빠르게 한 번에 조립하는 것이 '내려치기'다. 반대로 자동차가 이미 지나가 있을 때 뒤에 있는 차부터 앞차까지 빠르게 조립하는 걸 두고 '올려치기'라고 부른다. 이러한 공정이 가능했던 것은 현대차 울산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속도가 느리고 잉여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울산공장의 편성 효율은 55% 수준으로 100명이 할 일을 200명이 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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