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장정 끝에 서로 입장차 확인
수출규제 구체적 방안은 추후 서울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진행된 한일 간 정책 대화가 10시간의 장정 끝에 마무리됐다. 양국은 상호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세우지 못한 채 앞으로 지속적으로 협상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의 한국 수석대표인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왼쪽)이 지난 16일 일본 경제산업성 본관 17층 제1특별회의실에서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의 한국 수석대표인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왼쪽)이 지난 16일 일본 경제산업성 본관 17층 제1특별회의실에서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양측, 서로 상황 공유…갈등 해소는 '신중'

한일 정부 대표단은 지난 16일 도코의 일본 경제산업성 청사에서 오전 10시부터 국장급 정책 대화를 실시했다. 대화는 당초 종료 예정시간이었던 오후 5시부터 3시간이 넘긴 8시 15분경 끝났다.

이번 대화는 지난 2016년 6월 한일 수출통제협의회 이후 3년 6개월만에 열린 것으로, 한일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양측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추후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화 종료 후 발표문을 통해 "양국은 수출 관리제도 운용에 대해 전문적 관점에서 상호 이해를 촉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측은 현재의 국제적 안보 환경에서 앞으로도 각각 책임과 재량으로 실효성 있는 수출 관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에서 다음 정책 대화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 규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필요성을 분명히 제시했다"며 "한국의 수출 관리 제도와 운용은 정상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 수석대표로 나온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도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수출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해가 깊어진 부분도 있지만 상세한 내용을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해소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특정한 주제에 대한 서로의 견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이 같은 언급을 하는 것은 삼가겠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정책 대화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의 수출 관리제도 운용에 대해 전문적인 관점에서 폭넓게 논의하고 상호 이해를 촉진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국이 현안 해결을 위해 정책 대화와 의사소통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라며 "다음 정책 대화는 가까운 장래에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화를 통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완화의 진전이 있느냐는 물음에 "3년 6개월 만에 대화가 열린 것이 진전이라고 본다"라며 "서로의 수출 관리 체제에 대한 확인을 거듭하며 다음 판단을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이번 대화를 통해 일본과 최종적으로 수출규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일본은 언제 대한국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한국을 수출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 명단으로 복귀시킬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문제 해결보다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양국이 대화가 중단됐는데,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 

한편 양국은 24∼25일 중국 쓰촨(四川)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양자회담에 사실상 합의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