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己亥年), 항공업계는 힘찬 날개 짓으로 비상하려 했지만 한·일 관계 악화, 보잉사 항공기 결함, 노선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 등 대내외적 이슈로 먹구름 속에서 날개 짓을 펼쳐야 했다. 결국 항공업계 전반이 불황의 늪에 빠져 ‘치킨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치달았다. ‘일요경제’는 2019년 한 해를 주도했던 항공사별 결산을 통해 올 한해를 되짚어보고 다가오는 2020년 항공업계를 전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항공업계에 드리워진 '악재'…장기 불황의 연속

올 한 해 항공업계는 굵직한 이슈들로 연일 도마에 올랐다.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이뤄지며 항공업계 판도 변화가 눈에 띄었다. 업계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 노선 승객 감소,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화물운송량 감소, 환율 및 유가 상승 등으로 심각한 불황을 겪었다. 여행 수요가 급감한 일본 노선을 축소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노선을 늘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듯 했으나 또다시 공급 과잉의 난관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줄줄이 본격적인 구조개편 신호탄을 쏘아올려 비용절감에 나섰다.

대한항공 '3세 경영체제' 개막과 함께 불어온 '칼바람'

올해 대한항공의 가장 큰 이슈는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과 갑작스러운 사망, 그리고 이어진 세대교체다.

故 조양호 전 회장은 지난 3월 27일에 열렸던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이사연임에 실패하며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여기에는 조 회장을 비롯해 한진그룹 일가 논란이 부른 여론 악화가 한 몫했다. 대한항공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 또한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그러던 지난 4월 8일, 미국으로 간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폐질환으로 사망하는 소식이 전해지며 조현아·조원태·조현민 삼남매에 대한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에 지분 상속 및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삼남매의 난'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다행히 조원태 회장이 지분상속과 관련해 협의했다는 언지를 남겨 경영권 분쟁을 잠식시키는 듯 했으나 최근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갑작스러운 입장발표로 경영권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외적 이슈들로 잡음이 가득했던 올 한해 대한항공은 지난해와 비교해 처참한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총 3조28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2097억원)보다 3.7% 줄었다. 3분기 당기순손실은 2118억원으로 올해 누적 당기순손실은 6268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결국 비용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룹 전체 임원수를 27% 감축하고 6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인건비 절감을 위한 몸집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한항공이 내년도 실적 개선을 위해 또한번 '구조조정' 카드를 빼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시아나 새 안주인 전쟁, 현대산업개발 품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올 한해 최대 이슈로 꼽히기 충분했다. 업계 2위 국적항공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타 기업들에게 항공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배경에는 박삼구 전 회장이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 인수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는 우려를 사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박 전 회장의 사퇴까지 이어졌지만 매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31년간 아시아나의 안주인이었던 금호그룹은 핵심 계열사인데다 막대한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어 매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매각전을 두고 아시아나항공 유력 인수후보로 SK그룹, 한화그룹 등 거물급 기업들이 거론됐지만 애경과 HDC산업개발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이 강한 의욕을 보이며 항공업에 자신감을 드러냈으나 결국 새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낙점됐다.

9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아시아나 인수전에 '독이 든 성배'는 꼬리표가 붙고 있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매각협상을 마무리 후 구조조정을 본격화 하며 비용절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이슈를 비롯한 일본여행 불매운동 장기화 등 대내외적인 이슈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는 등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3분기 누적기준 163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 됐다. 작년 3분기는 호황으로 11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꿩 대신 닭' 택한 제주항공…위기의 이스타항공 인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애경그룹은 자회사 제주항공을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로 눈을 돌렸다. 실적부진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이스타항공에 제주항공이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 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본격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후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이스타항공은 이번 MOU 체결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생사기로에 선 LCC…치열한 '치킨게임'

올해 저비용항공사(LCC)는 'NO JAPAN' 불매운동으로 맥없이 무너졌다. 전체 노선의 30%이상을 차지하던 주력 노선이 끊기면서 대안책으로 중국·동남아 노선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공급 과잉 문제에 또다시 꺾였다. 수 년동안 여행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항공업계가 난관에 봉착한 데는 단거리 노선 중심의 우후죽순 등장한 LCC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한 해 중 여름휴가철과 추석연휴가 끼어 있는 3분기가 가장 큰 성수기임에도 일본 여행 보이콧 여파와 환율상승 등으로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3분기 실적에서 영업적자가 174억원에 달하며 누적 영업이익이 122억원으로 줄었다. 국토부 제재로 날개 꺾인 진에어도 영업적자가 131억원에 달하며 누적 영업이익은 113억원으로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관심이 높아진 에어부산도 3분기(별도기준) 영업손실이 195억원으로 누적 적자 규모가 359억원으로 적자가 늘어났다. 티웨이항공도 3분기 영업손실이 102억원으로 누적 영업흑자가 3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비상장사여서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도 적자전환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잉항공기 결함 문제도 실적 부진 장기화에 한 몫하고 있다. 보유기재가 다양하지 않은 LCC로서는 기체 관련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치명적인 경영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45대)과 티웨이항공(26대)은 보유한 항공기 전부가 이 계열인 B737-800로 진에어(22대)와 이스타항공(21대)도 상당한 숫자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보잉사가 해당 기종의 생산을 중단해 당분간 국내 LCC업계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종을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려 했던 국내 LCC들도 다른 기종을 도입하는 등 방향을 틀었다.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3곳이 취항을 앞두며 수요 부진 속 공급 과잉은 더 심해지는 상황이다. 국내 신생 항공사를 포함 8개 LCC가 경쟁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합종연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LCC들은 다각도로 생존 방안을 찾아 나서는 모양새다. 항공업계에서는 향후 M&A 시장에 또 다른 항공사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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