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己亥年), 제약·바이오업계는 연초부터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성분논란으로 떠들썩했다. 반면 혼란 가운데에서도 기술수출과 임상시험 성공 등으로 올해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업체들도 있어, 엇갈린 희비를 보였다. '일요경제'는 2019년 한 해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울고 웃었던 제약·바이오업계를 되돌아보고 2020년을 전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꿈의 신약' 인보사의 허망한 몰락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주목을 받았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가 한 순간에 몰락의 늪에 빠졌다. 성분논란이 불거지면서 출시 2년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취소를 받은 것이다.

이는 인보사에 대해 미국에서 임상시험 3상을 실시하던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보사 성분이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아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형질전환 신장세포'로 뒤바뀐 사실이 발견되면서 사태가 시작됐다. 결국 5월 28일자로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해 품목허가를 취소했으며, 현재 관련 고위급 임원들이 줄줄이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임상개발분야를 총괄했던 조모 이사는 현재 구속됐으며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에게는 검찰이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국내 신약개발 한 획 그은 'SK바이오팜'

올해 SK바이오팜은 국내 신약개발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던 만큼, SK바이오팜의 성과는 단연 주목을 받았다.

SK바이오팜은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을 두 개 보유한 국내 첫 제약사로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SK바이오팜이 1993년부터 27년간 신약 개발에 노력한 결실이 올해 맺은 것이다.

그결과 SK바이오팜은 △전과정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 엑스코프리) △기술 수출한 수면장애신약 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 수노시)까지 FDA 승인을 받았다. 특히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FDA 신청과 승인까지 파트너십 체결없이 독자적으로 해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사회생 상장유지 한 '경남제약'…경영 안정화 숙제로

'레모나'로 잘 알려진 경남제약이 2년여 만에 주식정지에서 풀려나는데 성공했다. 앞서 경남제약이 회계분식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3월2일부터 매매거래정지가 된 후, 상장폐지 위기를 겪어오다 구사일생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다행히 경남제약은 올해 4월 바이오제네틱스 컨소시엄 최대주주를 영입해 자본금을 확충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전속모델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출 성장기반을 다졌다. 그결과 국내외 약국을 비롯한 중국 알리바바 티몰, 아마존 등에서 레모나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영이 안정화되지 않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식거래재개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일으켜 경영 능력을 입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2020년에는 경남제약이 안정화된 경영을 이끌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불법'으로 뒤덮인 안국약품

안국약품은 올해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계속 붙이고 지냈다.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안국약품 어진 대표이사 부회장이 재판으로 넘겨진 것에 이어, 내부 연구원을 대상으로 불법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안국약품 어진 대표이사 부회장 등 4명은 검찰로부터 약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의사들에게 약 90억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안국약품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임상시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안국약품이 개량 신약 실험을 할 때 내부 연구원들의 피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식약처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또한 연구원들에게 부작용이나 쇼크 위험 때문에 의사처방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인 혈압강하제와 항혈전응고제까지 투약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더욱이 연구원들의 동의도 없었으며 건강검진도 받지 않은 채 시험 대상이 됐다.

이에 최근에는 불법 임상시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어진 대표이사가 사건의 중요 참고인에게 회유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개 구충제로 '암 치료'?…펜벤다졸 논란

올해 의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단어가 있다. 바로 개 구충제 펜벤다졸이다. 지난 9월 폐암 말기였던 미국인이 개 구충제를 먹고 완치됐다는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기적의 구충제'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에 동물의약품 지정 약국과 동물병원에서 펜벤다졸 구충제가 품절되는 사태까지 불거졌다.

실제로 지난 8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개그맨 김철민씨는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그 사실을 유튜브로 알리며 논란에 불을 키웠다. 그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펜벤다졸 복용을 병행하며 최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펜벤다졸 복용 7주만에 혈액검사에서 정상 반응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아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것이다. 식약처와 대한암학회 등까지 나서며 복용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근거가 없으며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며 "펜벤다졸은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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