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己亥年),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내수침체와 수출부진, 노조 갈등 등 대내외적으로 암울한 환경 속에 판매 부진까지 겪었다. 이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바쁜 한해를 보냈다. '일요경제'는 2019년 한 해를 주도했던 자동차 업계별 결산을 통해 올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2020년 자동차 업계를 전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단골손님 '노조 리스크'로 몸살 앓는 車 업계

자동차 업계의 고질병인 '노조 리스크'는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업계 '맏형' 현대자동차가 올해 8년 만에 무분규 타결을 이뤄내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노사관계 선례로 자리를 잡나 했으나 여전히 다른 곳은 노사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지속된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내수·수출 부진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르노삼성과 한국GM이 올해 내수 판매 4, 5위로 꼴찌를 다투고 있다. 자동차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고 이례적인 12월 파업까지 겹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생산량이 400만 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 상생 '쌍용차'…적자회복 위해 뭉쳐

쌍용자동차는 판매 감소 위기와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확대로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11분기 연속 적자 행진 상황에서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함께 손잡고 나섰다. 쌍용차 노조는 회사의 생존과 미래 대비를 위한 자금 확보에 기여하겠다며 고강도 경영정상화 자구안에 합의했다. 노조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근속 25년 이상 사무직은 순환 휴직하고, 명절선물, 학자금, 의료비 등 22개 복지항목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스스로 복지를 포기하고 회사를 구하겠다고 희생에 나선 것이다.

쌍용차는 올해 말까지 300억, 내년 상반기 700억원의 대출만기가 돌아와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대출 상황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기준 쌍용차 부채비율은 285.5%에 달해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쌍용차 노사는 이 같은 '선제적 자구안'을 바탕으로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에서 2000억원 이상을 받고 비 업무용 자산 매각에 성공해서 총 5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신차 2개 차종을 개발할 수 있고 여기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지원이 더해지면 3개 차종도 가능할 전망이다.

르노삼성, 노사상생 외친지 반년 만에 또 '파업깃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올해 6월까지 끌고오는 진통 끝에 마무리 지은 바 있다. 하지만 노사가 지난 6월 임단협을 타결하며 외친 '노사 상생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올해 또다시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년간 이어진 2018년 임단협 과정에서 62차례의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이 기간 회사가 입은 손실은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올해 초 수출물량을 배정할 계획에 있었지만 노조가 파업을 계속해 결정을 미뤄왔다. 이 과정에서 닛산 캐시카이 위탁생산이 무산됐고 내년 출시 예정이 XM3의 유럽 수출용 위탁생산 물량도 구체적으로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잦은 노사분규로 인해 생산절벽 위기를 맞아 내년 생산물량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지난해 연 21만5000대를 생산했지만 내년에는 절반 수준인 10만대 초반 생산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올해 1~10월 생산도 전년 대비 24.7% 감소한 13만7472대를 생산했다.

르노삼성 자동차의 올해 11월까지 완성차 내수와 수출 포함 총 판매량도 20만9126대에서 16만485대로 23.2%나 감소했다.

'공멸' 택한 한국GM…갈 때까지 간다

한국GM의 경우 연내 임단협 타결은 이미 물 건너 갔다. 지난해 군산 공장 폐쇄 이후 2년째 노사갈등이 지속중이다. 여기에 이달 초 진행된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임원 선거에서 강성 성향의 김성갑 후보가 신임 지부장으로 선출돼 투쟁의지가 더 강해졌다. 자동차업계의 대표적인 강성 성향 인물이 지부장에 오르면서 내년 한국GM의 노사 관계에 먹구름이 가득 끼었다.

여기에다 한국GM은 최근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560여 명에게도 해고를 통보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GM은 지난달 25일,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연말까지 해고를 알리는 통지서를 보냈다. 근무체제도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겠다고 알렸다. 여기에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비정규직 근무대기 중 돌연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한국GM의 노사관계는 절벽으로 치달았다.

한국GM 노조는 '자사 수입차 불매운동' 이라는 강수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노조가 불매운동 타깃으로 한 차량은 최근 출시된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래버스'와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로 이 두 모델은 한국GM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고 미국 현지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불매운동에 대해 비난이 거세지자 노조는 급히 한발 물러서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GM의 올해 11월까지 누적 생산은 37만602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8.2%줄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이후다. 신차 개발과 판매를 하는 동시에 미래차 시대에 대비해 투자도 해야하는 상황에 여건이 녹록지 않다. 한국GM은 년 1분기 쉐보레 브랜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트레일블레이저를 부평공장에서 생산해서 내놓는다. 그러나 창원공장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생산이 시작되는 2022년 말까지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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