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중국 자동차 부품기업이 장기간 휴업에 돌입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생산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대부분 국내 완성차 업체가 다음달 4~5일 이후 부품 재고 부족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등이 부품 수급 문제를 고려해 공장 가동 일정을 전면 검토중에 있다.

중국 정부뿐 아니라 현지 지방정부까지 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공장 가동 금지 등 추가 조치를 취하면서 일부 자동차 모델에 부품 수급과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향후 재개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 중앙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춘제 연휴를 2월 2일로 사흘 늘린데 이어 지방 정부까지 연휴를 2월 9일까지 일주일 연장하면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현재 중국 내 바이러스 확산이 커지고 있어 사태 해결 시점 또한 불분명하다.

쌍용차의 경우 차량 내 통합 배선장치인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다음 달 4~12일 평택공장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 쌍용차는 와이어링 하니스 전량을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烟台)공장에서 공급받는다.

쌍용차는 이날 오후 부품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노조와 협의를 통해 공장휴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쌍용차 측은 "3만 개 넘는 부품 중 하나라도 수급되지 않으면 조립할 수 없는 완성차 생산공정 특성상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도 생산에 필요한 와이어링 재고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주말 예정된 현대차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의 특근도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달 4~5일께 현대·기아차의 와이어링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는 부품 수급에 문제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생산에 문제가 없으나 와이어링 등 재고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중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거의 모든 업종에서 시장 수요가 위축됨에 따라 현대·기아차 역시 중국에서 의미있는 반등을 보이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