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외부 인력 영입 등 부조화가 불씨 키워

사진제공 픽사베이

[일요경제 방석현 기자] 연이은 매출 하락세로 부진의 늪을 겪고 있는 안국약품의 과거 인사 행정이 재조명 받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2019년 3분기까지 매출 1102억 원, 영업이익 1억 원을 냈다. 전년비(2018년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3%, 98.1% 감소한 수치다. 2016년 1743억원 매출과 44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년간(2012~2016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2012년 매출액 1408억원을 기점으로 2013년 1541억원, 2014년 1679억원, 2015년 1977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2012년 54억원, 2013년 101억원, 2014년 98억원, 2015년 129억원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몇 년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잘나가던 중견제약사가 이토록 부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중견기업의 '달콤한 꿈'에서 비롯됐다. 회사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2015년, 대표인 어진 부회장은 회사가 매출 2000억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그에 걸맞는 인력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국내 10대 그룹 출신 및 소위말하는 SKY(서울·연세·고려)대 출신들을 중용하는 한편, 영업조직도 강력한 영업력을 자랑하는 종근당 및 한미약품 출신들로 전진배치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던 기존직원들이 승진에서 누락되는 등 새 재원들은 기존직원들과 융합되지 않고 잦은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회사의 전 직원이라 밝힌 한 관계자는 "직원들과의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직원처우가 탁월하지 않음에도 회사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었지만 외부 영입 임직원들과의 잦은 마찰로 인해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6년 영입된 대기업 출신의 재무 기획 담당자 A씨는 연구소, 공장 등 유관부서의 예산을 깍는 한편, 대기업 출신 다운 조직문화를 기존 직원들에게 종용해 기존 직원들의 불평불만이 날로 늘어만 가고 있었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이 기간 회사의 성장을 견인했던 도입신약의 판권도 이전됐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하루날디(탐스로신), 배뇨장애 치료제 베시케어(솔리페나신숙신산염), 비아그라 등의 판권을 원래 개발사가 회수해 감에 따라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회사의 이같은 변화가 반영돼 2015년 말 기준 606명이던 이 회사의 직원수도 2년만에(2017년 말) 481명으로 감소됐었다.

겹악재로 지난해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가 하면, 의사들에게 불법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아 현재까지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수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중견기업의 달콤한 꿈이 오히려 회사를 망가뜨렸다"며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묵과한 오너가 원망스러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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