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산업노동조합, 152개 지회로 마트노동자 목소리 대변
저임금 구조·갑질·감정노동·고용불안 등 투쟁으로 맞서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지난해 7월 1일, 홈플러스가 무기계약직 사원 1만4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무기계약직 비중이 높은 주요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가운데 첫 사례로, 홈플러스의 정규직 전환은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대형마트 무기계약직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까지, 그 뒤에는 마트산업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수년간 지속된 투쟁이 있었다. 조합원 대다수가 40~50대 등을 아우르는 부모님 나이대이지만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나이는 중요치 않았다. 인터뷰 내내 조합원들을 "우리 언니", "언니들"이라고 부르며 마트노동자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데 앞장서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정민정 사무처장을 직접 만나봤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정민정 사무처장. 그는 조합원들을 "우리 언니", "언니들"이라고 부르며 마트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정민정 사무처장. 그는 조합원들을 "우리 언니", "언니들"이라고 부르며 마트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마트노조, 마트노동자 현실 알린 '신호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2012년 10월 이마트에서 처음 노동조합의 깃발을 세웠다. 그 다음해 3월 홈플러스, 그리고 2015년 롯데마트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주요 대형마트 3사에서 연이어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 마트노동자들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게 된 신호탄이 됐다. 

마트에는 소소한 갈등이 많다. 마트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여성으로, 회사 내에서 승진도 제외되고 불안전한 고용상태로 근무하게 된다. 특히 현장에서는 여성근로자를 향한 비난과 비하 등도 서슴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관리자들은 다 젊고 남성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엄마 나이대 정도 되는 직원들에게 무전으로 '야 어디있어' 등 반말도 하죠. 예전에만 해도 '아줌마들이 나이가 많아서 갈 데 없어서 왔다', '적당히 벌고 가라'는 정서가 대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정당한 노동력을 지급하고 월급 받는건데 갑질이나 인격모독을 받는 건 안되죠."

마트노동자들의 현실을 열악했다. 대부분 장시간 서서 근무하고 많은 재고들을 정리·나열하는 등 모든 업무는 마트노동자들의 역할이었다. 이 가운데 점주들의 갑질은 자행되고 있었으며 이들을 위한 복지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이때 마트산업 노동조합은 마트노동자들의 권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창구역할을 감당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에 노조라니,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대형마트 3사 모두 대기업 계열로 본사로부터 조합원들을 향한 탄압도 이어졌다.

"10년 동안 한 부서에서 근무한 언니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수산·축산으로 부서가 바뀌었어요. 결국 '노조하다가 찍혀서 온 애'라는 딱지가 붙어 유배를 가게 되는 상황이 된거죠. 처음에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견딜 자신이 없다며 퇴사를 하거나 조합원 탈퇴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어요."

최근까지도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부당발령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마트 직원을 노브랜드로, 홈플러스 직원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발령을 보내는 식이다.

투쟁으로 쌓인 승리깃발…또 다른 숙제도 남아있어

대형마트 3사의 탄압에 조합원들은 더욱 투쟁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부당발령을 받으면 타부서에 가서 오히려 동료 직원들에게 노조를 소개하고, 회사의 부당함을 알렸다. 

그결과 마트산업노동조합의 대표적인 단결투쟁 결과물이 '홈플러스 정규직 전환'이다. 마트노동자들은 최저임금 당사자로 최저임금 투쟁에 누구보다 적극 나서고 있다. 도심 속 카트행진은 어느새 마트노조의 상징으로 자리잡혔을 정도다.

마트노조는 계산대 하부장 개선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사진-마트산업노동조합 제공)
마트노조는 계산대 하부장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마트산업노동조합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매장에서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휴게실 개선, 의자 지급, 계산대 하부장 개장 등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계산대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의자가 지급되더라도 계산대에 무릎이 들어가지 않아 허리가 더 아프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마트노조는 '하부장 개장'을 요구, 전국적으로 매장에서 하부장 개장을 진행하고 있다.

마트노조의 외침으로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적하게 쌓여있다.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을 발전되고 있으나 노동자들의 편의와 건강을 위해서는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소비자들을 위해 자율주행카트를 도입했다. 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이 무거운 짐을 옮기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자율주행 엘카(산업용 카트)'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물건을 나르고 진열하는 건 사람이에요. 언니들이 낑낑거리면서 엘카를 끌고 움직여요. 바퀴도 작고 방향조절도 안돼 어깨나 다리 등 모든 근육이 힘들죠. 고객편의는 발전하는데 노동자들을 위한 도구는 그대로에요. 요즘에는 매대도 높아져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해 더 힘들죠."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대형마트 3사는 모두 근무환경과 임금 등 모두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각기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는 노조원들은 회사에 따라 또다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는 대표교섭노조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으로,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이 심한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지난 2016년 울산 진장점 농수산물파트에서 근무하던 조합원을 '매장에서 할인상품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해고된 노동자는 노조간부로 부당징계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져 3년간의 법적투쟁 끝에 마트노조는 승소를 얻어냈다.

"롯데그룹은 민주노조를 싫어해요. 대기업이지만 노동자들의 급여도 제일 적고 복지도 안좋죠."

2020년, 의무휴업일 활성화·상자 손잡이 확대 등 활동

2020년에도 마트노조는 발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기대된다. 마트노조는 올해 상자 손잡이 확대, 배달노동자 보호, 의무휴업일 활성화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상자 손잡이 확대의 경우, 현재 박스에 손잡이 구멍이 별도로 없어 노동자들이 바닥에 손을 넣어 물건을 들어야 해 신체적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마트노조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활동은 빼놓을 수 없다. 매년 명절 때마다 의무휴업일을 두고 기업과 지자체와 갈등을 겪는 사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올해 설 명절에도 의무휴업일을 26일(일요일)에서 설 당일인 25일(토요일)로 변경돼 마트노조의 반발이 일어났다. 당시 마트노조 측은 "의무휴업일은 공휴일에 쉬기 힘들었던 마트 노동자들이 쟁취한 것"이라며 "명절 휴일을 보장하려면 의무휴업일과 별개로 설 당일에도 쉬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명절 당일은 직원 3분의 1도 출근 안해요. 최소 인원만 근무하는거죠. 그래서 의무휴업일이 26일로 지정되면 명절 당일과 그 다음날까지 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의무휴업일이 변경되는 지역이 생기면서 저희가 지자체를 직접 방문하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마트노동자들의 휴일을 지켰습니다. 이번 계기로 명절 당일에도 마트가 휴업을 할 수 있음을 입증해준거에요."

끝으로 정민정 사무처장은 마트노조의 활동으로 달라진 노조원들의 근무환경에 대해 자부심을 표했다. "노조원들이 처음에는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도 부끄러워 했는데 이제는 당당합니다. 우리의 주장으로 매장이 바뀌게 되니 우리가 맞다는 것이 입증된거죠. 이제는 거리낌도 없어요. 그동안 많은 언니들이 직책도 없이 근무하고 있다가 이제는 '선임님', '담당님' 등 호칭으로 바뀌었어요. 언니들은 막말을 안듣는 것조차도 너무 좋다고 합니다."

대형마트 내에서 불거지는 갑질과 고용불안, 육체노동 등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점 내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사진-마트산업노동조합 제공)
대형마트 내에서 불거지는 갑질과 고용불안, 육체노동 등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점 내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사진-마트산업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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