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카타르에 1492억원 미청구 공사비 발생
미청구 장기화될 시, 기업 내 손실로 이어질 우려 ↑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현대건설이 올 초부터 중동과 동남아에 잇달아 수주에 성공하면서 잭팟을 터트리고 있다. 하지만 중동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공사에서 1500억원에 달하는 미청구 공사비가 발생해 손실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공사의 미청구 공사금액이 1492억1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공사의 미청구 공사금액이 1492억1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현대건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2012년 수주한 카타르 고속도로 건설공사의 미청구 공사비가 1492억1300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사는 2012년 5월 12일에 계약을 맺었으며 지난해 12월 15일까지가 완성기한이었다.

미청구 공사비는 이미 공사가 진행됐지만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뜻한다. 공정률에 따라 기성금을 수령하는 건설업계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미청구 공사비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발주처로부터 청구를 지연하는 문제가 계속될 시 미청구 공사비는 고스란히 기업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현대건설이 공시를 통해 "준공 시점이 임박한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1492억원 (클레임 진행 중) 등) 및 최종 계약정산 협의중인 UAE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1148억원) 등의 경우 협상결과에 따라 원가율 조정이 불가피해 당가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라고 언급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공사 미청구 공사비. (사진-2019년 현대건설 사업보고서)
현대건설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공사 미청구 공사비. (사진-2019년 현대건설 사업보고서)

사실상 공사는 마무리된 것으로 전망된다. 공시에 따르면 사업은 2012년을 시작으로 2016년 63%, 2017년 74%, 2018년 92%의 진행률을 보였다. 하지만 공사가 99% 완료된 시점에서 발주처로부터 15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현재 중동의 상황이 좋지 않다. 지속적으로 저유가가 이어지며 발주처 재정부족 등으로 중동지역 내에서 발주취소와 지연 등이 발생하고 있다. 어려운 발주환경에 선진사들의 시장 변화, 중국업체들의 성장으로 가격전쟁까지 불거졌다. 이에 현대건설을 공시를 통해 "신규공사 계약사 과도한 미청구 공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주처와 계약조건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규모의 미청구 공사액이 있는 점은 현장에서 리스크가 발생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미청구 공사비란 청구를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발주처가 하자를 주장하거나 계약 상의 문제 등으로 지연될 수 있다. 아마 현대건설이 발주처와 시비를 다툴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설업체들이 대부분 중동에서 미청구 공사비가 발생하고 나중에 청구를 하지못해 손실처리가 되는 사태가 불거지곤 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 측은 미청구 공사비를 잠재적 부실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계약조건에 따라 몇 개월마다 공사가 완료되면 공사비 청구를 한다"며 "수주 산업의 기본적인 특징 상 어쩔 수 없이 미청구 공사비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통 연간 매출의 24~25% 미청구 공사비가 발생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우리는 10% 수준"이라며 "청구 금액을 받는 부분에 대해 문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에서 미청구 공사비는 지속적으로 논란거리중 하나다. 미청구 공사비가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결책은 없을까.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건설기업들이 이전부터 '우리가 다 아는 사이인데'라는 관습이 남아 있어 계약관리와 문서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꼼꼼하게 문서와 계약관리를 확인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루사인 고속도로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메인 스타디움이 들어서는 루사일 신도시와 수도 도하를 연결하고 있어 주요 교통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이 해외사업에 대규모 수주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번 공사가 리스크로 남지 않도록 잘 마무리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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