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오는 3월 주총 개최…이해욱 연임여부 결정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에 운명 엇갈려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이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긴장상태다.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정해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결정에 소액주주들의 투표 방향도 움직일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중요하다.(일부 사진-연합뉴스, 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사진)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관심이 모아진다.(일부 사진-연합뉴스, 대림산업 제공)

불안정한 지배구조…국민연금에 투표 엇갈릴까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 임기가 오는 3월 마무리된다. 경영권 유지 확립이 필수적인 이 회장은 3월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반드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로부터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이 회장의 연임은 현재 여러가지 문제로 불안정한 상태다. 먼저 대림산업의 지배구조가 한 몫한다. 대림산업의 대주주는 대림코퍼레이션으로 21.67%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도 23.12%에 불과하다.

반면 국민연금과 외국인은 각각 12.2%, 48.6%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해 국민연금 등이 연임 반대에 나선다면 소액주주들마저 투표에 영향을 받게 돼 초유의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 

실제로 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피해를 봤다. 그는 지난해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히며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당시 그는 경영권을 상실한 최초의 총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주요 주주들의 적극적인 의사 참여를 유도하는 행사지침)을 도입하며 주주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어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 기금운용회는 지난해 12월 27일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의결하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횡령이나 배임·사익편취 등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에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해임과 정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준법 의식 결여된 경영인"…참여연대 반발

이해욱 회장의 연임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이 과거 운전기사 갑질과 배임, 횡령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운전기사가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욕설을 하고 운전 중인 기사의 어깨 등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회장은 한해 동안 40여명의 운전기사를 바꿔 더 큰 파장을 일으켰었다. 이후 그는 법적 처벌과 함께 이사회를 통해 대표 이사직에서 해임된 바 있다. 

또한 이 회장은 지난해 말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됐다. 대림산업의 호텔 사업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두고 이 회장과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APD 회사에 넘겨주고, 이를 통해 대림산업으로부터 상표권을 받아 챙겨 수익을 얻은 점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 등은 이해욱 회장의 연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이상훈 변호사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의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촉구 캠페인에 게재한 기고글을 통해 "이해욱 회장의 각종 갑질과 사익편취행위는 자신이 가지는 돈의 힘을 안하무인으로 휘두른다는 점에서 동일하다"며 "다만 그 힘을 행사하는 곳이 자동차 실내인지, 화장실인지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탄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지난 5일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방기 규탄 및 주주활동 촉구 피케팅' 브리핑을 열고 국민연금이 대림산업 주주총회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이 △이해욱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 상정시 반대 의결권 행사 △배임 횡령 이사의 이사직 상실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 변경 주주제안 및 총수 일가 사익 추구를 견제할 독립적 사외아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해욱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실패할 경우, 그는 대림산업 내에서 경영권이 약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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