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 외 문의 전화 빈번, 욕설 등 피해 사례 잇따라

[일요경제 방석현 기자] 바이오 기업 A사의 IR(investor relation, 기업설명활동)담당자 B씨는 밤낮없이 걸려오는 극성 주주들 때문에 하루가 괴롭다. 업무시간 전인 오전 7~8시는 물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주주들로부터 회사 관련 호재 및 악재에 관한 문의를 받고 있어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 회사의 안티 기사라도 나오는 날엔 주주들로부터 '업무를 똑바로 하라'는 등의 질책성 전화를 수없이 받고 있다는 것이다. 
B씨는 "호재 또는 악재가 회사의 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주주들의 심리도 이해는 가지만 시도 때도 없는 대응 때문에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극성 주주들로 인해 피로감을 토로하는 IR담당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출이 적지만 시가총액이 높은 상위 제약·바이오기업의 경우 주주들의 힘이 막강한데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회사의 매출보다 코스닥 시가 총액이 월등히 높은 상위 기업으로는 셀트리온,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신라젠, 휴젤 등이 꼽힌다.

이들 기업 가운데 최대 주주의 비중이 10% 이하인 곳은 주주들의 힘이 막강한 편이다. 자신들의 주식 투자금이 회사를 먹여살리고 있는 만큼 회사의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사의 경우, 최근 이러한 극성 주주를 대응하는 한편 IR담당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콜센터를 신설하기도 했다.

콜센터가 회사의 업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기 때문에 업무 시간 이외의 전화로 주주들에게 시달릴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 대부분이 기술 특례 등을 통해 상장한 만큼 애사심(?)이 큰 극성 주주들을 대응하는데에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라며 "같은 직군에 있는 동료의 경우 극성 주주로부터 심한 욕설까지 들은적이 있는 걸로 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스닥에 상장한 대부분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초기에 극성주주들로 인해 몸살을 겪은 것으로 안다"며 "회사의 주가가 성장 가능성을 반영하는 만큼 이같은 행태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10일 제약·바이오기업의 투자위험을 정확히 알리고 관련 정보를 시장에 명확히 공개하기 위한 취지의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공표했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산업의 특성상 일반 투자자가 투자위험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계별 불확실성이 크고 장기간이 소요됨에 따른 주가급변 우려가 큰 분야이기 때문에 임상시험, 품목허가, 기술수출계약, 국책과제, 특허권 계약 등의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것이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중요 경영사항이 투명하고 신속하게 제공돼 합리적인 투자의사 결정, 주요 공시업무 수행 용이,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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