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셀트리온 등 대표 '워낙 걸출', 정관 변경 고려도

[일요경제 방석현 기자]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차기 대표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준 대표 때문에 정관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현 이정희 대표의 임기가 내년(2021년) 3월 만료된다. 지난 2015년 대표에 취임한 이 대표는 2018년 연임한데 따라 사실상 임기 1년을 남긴 상태다. 유한양행은 회사 정관상 대표의 연임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3연임한 대표는 전례가 없다.

하지만 이 대표가 회사를 너무도 충실히 이끌어준데다 기여한 공로가 커 대표 선임까지 기한이 남았음에도 차기 대표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15년 취임 이후 회사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주도해온데다 제약사업에 집중된 회사의 사업 구조를 헬스케어 등으로 넓히는데 기여했으며, 2018년부터 협회(제약바이오협회)를 대변하는 이사장으로써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차기 대표 하마평은 조욱제·박종현 부사장 등이 물망에 올라와 있다.

회사 관계자는 "3연임이 불가한 회사 정관상 현 대표의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이라며, "현 대표가 걸출한 성과를 낸 만큼 정관 변경이 없는 한 새 대표 선임에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서 회장은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65세 가 되면 회사 경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내년 임기만료와 함께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달 1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기업전략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올라 "올해 은퇴를 하기 때문에 오늘이 마지막 인사가 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어, 은퇴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회사를 창업한 서 회장은 셀트리온(코스피)과 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코스닥)을 맨손으로 시가총액 상위 기업으로 일군 주역으로 꼽힌다. 대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 의약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CT-P13)를 비롯, 허쥬마(트라스투주맙), 트룩시마(리툭시맙)의 활약으로 매출 1조 클럽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서 회장의 자녀로는 서진석 셀트리온 스킨큐어 대표(장남)와 셀트리온의 서준석 이사(차남)가 있다. 하지만 서 회장은 "자신의 아들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겨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역할만 맡길 예정"이라며 전문 경영인 체제를 예고했었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 회장님이 언행일치를 강조해 왔던 만큼 임기만료 시점에 물러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셀트리온, 제약, 헬스케어라는 3상장사가 각자대표체제로 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회장님의 경영 공백은 크지 않을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의 임기만료가 예정된 제약사는 한미약품(권세창 대표), JW중외제약(신영섭 대표), 보령제약(안재현 대표), 영진약품(이재준 대표), 현대약품(김영학 대표), 제일약품(성석제 대표), 휴온스(엄기안 대표), 신신제약(이병기 대표) 등이다. 

이들 회사들은 조만간 주주총회 안건으로 임기만료 대표이사들의 재선임여부를 상정,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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