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제조·정유 등 곳곳서 감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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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국내 산업계 곳곳에서 감원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항공업계, 자동차업계, 중공업계 등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유업계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에쓰오일은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검토중이다. 에쓰오일은 최근 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인사제도 설명회를 열어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명예퇴직을 검토 중임을 밝혔다. 명예퇴직 조건은 △50~54세는 기본급의 60개월 △55~57세는 50개월, △58세는 40개월 △59세는 20개월을 지급하는 방침이다. 자녀학자금은 일시금으로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9.8% 감소한 4292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정제 마진이 감소하면서 매출의 약 78%를 차지하는 정유사업에서 253억원의 적자가 난 탓이다.

자동차 업계도 인력구조 개편에 나섰다. 한국 닛산은 2004년 법인 설립이후 첫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닛산은 지난해 12월까지 3049대의 판매량을 기록해 전년대비 40%나 감소했다. 올해 1월 판매량 또한 59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들어 상시 희망퇴직 체제로 변경했다. 르노삼성이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일감부족 탓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판매량은 전년보다 22% 줄어든 17만7450대에 그쳤다. 수출이 34% 급감한 9만591대에 그친데 발목이 잡힌 것이다. 올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올해 1월 판매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54.5% 감소한 6233대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수출이 77.3% 감소한 1930대에 그쳤다.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은 두산중공업도 지난달 20일부터 만 45세 이상 기술·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명예퇴직 대상은 만 45세(1975년생) 이상 사무직과 기술직 등 모든 직원에 해당된다. 명예퇴직 신청 기한은 2월 20일부터 3월 4일까지로, 전체 정규직 직원 6000여명 가운데 2600명 정도가 대상자로 알려졌다.

실제 두산중공업의 수주잔액은 지난 2018년 16조 4000억원에서 지난해 3‧4분기 14조 6000억원으로 하락했다. 정부가 2017년 탈원전 정책을 선언한 이후 일감이 끊긴 것이다. 원전 공장 가동률도 2017년 100%에서 지난해 50%까지 반도막 났다.

현대제철은 철강업계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지난 3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직원 100여명이 퇴사해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지난해 4분기 일회성 비용으로 10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친 국내 항공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까지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구조조정이 몰아쳤다.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도 이달 부터 주3일 근무제에 돌입하고 임직원 임금을 삭감하는 등 긴축경영에 나선다.

산업계는 코로나19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 악화가 지속 될경우 다른 업종에서도 추가 감원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 4곳 중 1곳은 올해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이 기업 384개사를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 계획 여부' 조사에 따르면 4곳 중 1곳(23.7%)은 '올해 구조조정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 중 31.9%는 2019년에도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산업계 전반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이후 동반 하락 중이며, 하락 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큰 편"이라며 "한국 경제 성장 엔진의 재점화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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