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한진칼·고려아연 등, 회장이 사추위원장으로 활동
156개사 사추위 위원 약 34%, 기업 우호 성향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매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 때마다 불거지는 논란 중 하나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사추위 독립성에 대해 큰 개선을 하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대기업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10명 중 3명은 해당 기업 전현직 임원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대기업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10명 중 3명은 해당 기업 전현직 임원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1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사추위 설치가 의무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161개사 중 명단을 공개하는 156개사 사추위 위원 582명을 전수한 결과를 발표했다. CEO스코어는 기업 옹호 성향을 △총수 일가·경영진과 학연(고교·대학교 같은 전공, 졸업연도 3년 기준) △해당 기업·계열사 임원 출신 △해당 기업·그룹과 자문 계약이나 지분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 소속 등 이해관계를 근거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약 34% 수준인 195명의 사추위 위원들이 기업 우호 성향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총수 일가가 사추위 위원장을 맡거나 위원으로 포함된 곳이 16곳에 달했다. 한진칼 조원태 회장, GS·GS건설 허창수 명예회장, 고려아연 최창근 회장 등이 사추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또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조현범 사장△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현범 사장 △넥센타이어 강병중 회장 △카카오김범수 의장 △한국금융지주 김남구 부회장 △OCI(이우현 부회장) 등은 총수 일가가 사추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기업의 대표이사가 사추위원장인 곳도 29곳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으로 △삼성SDI 전영현 사장 △대한해운 김칠봉 부회장 △대우건설 김형 사장 △롯데케미칼 임병연 부사장 등이 대표이사 동시에 사추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사추위원들도 기업에 우호적인 성향의 위원들로 대거 포진돼 있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GS리테일, 영풍은 사추위원 전원이 기업에 우호 성향 위원들이었으며, SK이노베이션과 한국타이어 등 26곳은 사추위원 절반이 우호 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사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 기업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CJ, CJ ENM, CJ제일제당, DB금융투자, DG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KB금융, SK증권, 교보증권, 금호석유화학, 넷마블, 두산, 두산건설, 두산밥캣,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등 33곳이었다.

한편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사추위는 사외이사 후보자를 상시로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총수일가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에 관여하게 될 경우, 사추위의 역할은 소극적인 수준에만 머무르게 된다. 이에 사추위의 독립성을 강화할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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