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프로필 사진·아이디·과거 댓글 이력 '전면 공개'
악플러들, 과거 댓글 삭제 20% 급증

[일요경제 김선희 기자] 오늘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대표 한성숙)가 자신이 쓴 모든 댓글 이력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상습적으로 악플을 달았던 악플러들을 근절하기 위해 네이버가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이에 댓글 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댓글을 삭제하는 비율이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댓글을 통해 특정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자료제공-연합뉴스)
댓글을 통해 특정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자료제공-연합뉴스)

네이버는 19일 뉴스 댓글 작성자가 지금까지 작성한 모든 댓글의 목록을 공개한다. 이와 더불어 회원 정보에 저장된 닉네임과 프로필 사진도 함께 댓글 모음 페이지에 제공된다. 또한 아이디의 경우 앞 4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비공개 처리(예시:econ***)했던 것을 전부 공개로 전환했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작성자가 댓글 공개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본인이 써 온 댓글들을 남에게 공개할지 말지 정할 수 있었지만 오늘부터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모두 드러나게 된다. 이어 삭제한 댓글에 대해서는 내용을 확인할 순 없지만, 한달 동안 댓글을 삭제한 비율은 기록에 남게 된다. 신규 가입자는 가입 7일 이후에 뉴스기사 댓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제 자신의 댓글이 곧 얼굴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상에서 무분별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던 악플러들을 근절하는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얼른 삭제하자"…악플러들 '댓글 박멸' 중

네이버의 댓글 공개로 인해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상황이 일어났다. 댓글을 달았던 네티즌들은 자신의 과거 댓글에 대해 바쁘게 삭제를 누르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오늘부터 댓글 지우기 바쁘다", "화들짝 놀라서 급하게 삭제하는 사람 많다" 등의 글을 게재했다.

실제로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7일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 수는 6만6826개였지만 네이버가 댓글 이력 공개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18일 삭제된 댓글 수는 8만1217개로 21.5% 증가했다.

전체 댓글 수와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들도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18일 댓글 수는 55만9570개, 댓글을 작성한 사람은 20만4486명으로 전날 대비 각각 1만8675개, 7459명씩 감소했다. 

네티즌 댓글, 공개전환이 필요한 이유

네이버가 댓글을 공개전환한 것은 네티즌들의 책임의식이 결여된 댓글 활동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는 자신이 드러나지 않아 근거 없는 내용과 특정인에 대한 비하, 불법 광고 등을 마구잡이로 올리는 사례가 증가했다. 이에 무분별한 댓글로 뉴스 기사의 성격을 바꾸고 공론의 장을 훼손하곤 했다. 

연예 기사에 대해 더욱 특정인의 인신공격성 비하 댓글이 넘쳐났다.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댓글이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기사의 질을 떨어트린다. 이같은 논란으로 지난달 네이버는 연예 뉴스의 댓글을 잠정 폐지한 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연예 정보 서비스의 근본적 개편 등에 고민을 하고 있다”며 "댓글의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가치가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정책적, 기술적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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