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F&B '건강한사람들'로 변경…소비자 비난 일색
소비자 불매운동 피하려 '남양' 흔적 지우기?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남양유업의 자회사 남양F&B가 '탈 남양' 브랜드 전략을 쓰다가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남양유업이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대상이었던 만큼 '이제는 이름 바꿔서 소비자들을 속인다'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숨은 남양유업 제품을 서로 온라인에 게재하면서 불매운동만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 불거졌다.  

남양유업 계열사인 남양F&B가 건강한사람들로 사명을 변경했다.(사진-사람인에 등재된 건강한사람들 소개 캡처)
남양유업 계열사인 남양F&B가 건강한사람들로 사명을 변경했다.(사진-사람인에 등재된 건강한사람들 소개 캡처)

20일 남양유업의 자회사 남양F&B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남양F&B는 지난해 11월 22일 건강한사람들㈜로 사명을 변경했다. 채용전문 사이트에도 건강한사람들에 대해 '남양F&B에서 변경된 기업명'이라는 설명이 명시돼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50여년간 유가공제품 사업에 몰두했지만 갑질 논란과 불매운동으로 실적부진이 이어지자, 2018년 OEM(주문자 상품 부착 생산) 업체인 계열사 남양F&B를 통해 매출을 끌어당기고 있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2018년 270억원, 지난해 상반기 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건강한사람들에 투자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를 시작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에 직격탄을 맞았다. 논란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2012년 영업이익이 637억원이었지만, 사태 이후 2013년 1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적자 폭이 급증하면서 260억원의 손실까지 보게 됐다. 

2015년에는 영업이익 201억원, 2016년에는 418억원으로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17년부터 영업이익이 50억원, 2018년 85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억원에 그쳤다. 

이에 남양유업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남양F&B을 통해 매출 증진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남양'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자 '남양' 브랜드 지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번 남양F&B의 사명변경도 그 차원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바꾼 것이 아니다"라며 "남양F&B가 HMR(간편식)과 B2B 신사업을 준비하는데 음료회사 이미지가 강해 기존 이미지를 깨기 위해 변경했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 계열사 제품을 확인하는 '남양유없' 웹페이지(사진-남양유없 캡처)
남양유업 계열사 제품을 확인하는 '남양유없' 웹페이지(사진-남양유없 캡처)

남양F&B의 사명변경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의 불씨만 키우는 꼴이 됐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이미 건강한사람들 사명을 통해 OEM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를 찾아 나서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제품 바코드를 스캔하면 남양유업 계열사 제품인지 확인해주는 '남양유없' 웹페이지도 또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네티즌들은 "속임수로 해결책을 써봐야 더 분노한다는 사실을 모르는건가", "꼼수로 대응책 마련", "앞으로 쭈욱 불매하겠다" 등의 지탄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남양유업 운영 '백미당'…"미리 알았다면 안먹었다"

남양유업의 '남양' 브랜드 지우기 전략은 또 다른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남양유업은 2014년 아이스크림 전문점 '1964 백미당'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우유 시장이 축소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백미당을 다녀온 후 남양유업이 운영사인 것을 알게 된 소비자들의 반발은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 후기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은 "백미당이 남양인 걸 알았다면 안 먹었다", "백미당, 이제 나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났다", "남양 백미당이라는 점에서 찝찝하다" 등의 불쾌감을 나타냈다. 

기업이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사업확장과 사업분야 변경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이미지 변화'라는 점이 깊게 내포돼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명 변경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내부 악재를 감추기 위한 꼼수로 악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