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국제선 모두 운항중단한 첫 국적항공사
"유휴인력 조정 불가피"…구조조정 시사

(사진-이스타항공)
(사진-이스타항공)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이스타항공이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셧다운' 되는 첫 번째 항공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여객수요가 급감하면서 재무상황이 악화돼 영업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오늘(24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국내선 김포·청주·군산~제주 노선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앞서 9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한 바 있다. 이로써 이스타항공은 국내·국제선 모두 운항하지 않게 됐다.

사전 예약 승객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제주항공의 비행편을 대체 이용하도록 했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적 항공사 중에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과 국내선의 운항을 모두 접는 것은 이스타항공이 처음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저비용항공사(LCC)도 국제선 운항은 하고 있지 않다. LCC 중에서는 제주항공, 진에어만 각각 2개의 국제선을 운항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그간 이스타항공의 재무 상태는 최악으로 치닫은 상황이었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자본금 486억 원, 결손금 266억 원, 부채비율 484.4%, 자본잠식률은 47.9%를 기록했다.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로 분기마다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아 지난해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2018년 말부터 시작된 단거리 노선 공급과잉과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경쟁사들이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전액 자본 잠식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이스타항공은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한데 이어 3월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는 23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국내 LCC들과 힘을 모아 정부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요청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면서 급여 미지급 소식을 알렸다.

이어 최 대표는 "4월엔 최소한의 운영인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휴직에 들어갈 것"이라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항공기를 조기 반납, 유동량 악화 속도를 조절해 시장상황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23대를 전부 리스로 보유하고 있다.

최 대표는 "기재 조기 반납과 사업량 감소로 발생하는 유휴 인력에 대한 조정 작업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노사협의회를 통해 대상과 방식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이스타항공의 유일한 돌파구는 현재 진행중인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계약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과 M&A 양해각서를 주고받았다. 이후 날짜를 두차례나 미룬 끝에 내달 29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4월29일까지 납입해야 할 금액은 계약금 115억원을 제외한 430억원 안팎이다.

셧다운 공포는 항공업계 전체로 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잠식에 빠져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주항공과의 M&A로 재무상황이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항공사 셧다운 공포는 비단 이스타항공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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