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와 실적감소 악재속 오익근 대표 선임
대신증권 3년만에 영업이익 '후퇴'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대신증권 오익근 대표이사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새 수장으로 선임된 가운데 당장 라임사태와 실적부진이라는 숙제를 해결해 악재를 털고 일어설지 주목된다.

오익근 대표는 1987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23년간 대신금융그룹에서 일해온 정통 '대신맨'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오 대표는 1999년 영업추진부장을 역임한 후 2009년 리스크관리본부장을 맡았으며 2013년엔 대신저축은행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이어 지난해 1월엔 대신증권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나재철 당시 대신증권 대표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선출되면서 같은 해 12월 대신증권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1조6000억 피해 '라임사태'…대신증권 증권사 중 최대 판매처

오 대표는 당장 취임 이후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피해보상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은행을 포함한 펀드 판매사들이 취급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판매잔액은 5조7000억원으로, 이중 대신증권의 판매금액은 1조176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판매잔액의 20%에 달해, 최대 규모의 판매처다.

그 중 현재 라임운용의 환매중단 모(母)펀드는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 '플루토 TF'(무역금융펀드) 등 3개로, 규모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대신증권은 1076억 원어치를 팔았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00억여 원어치를 반포WM센터에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대신증권 반포WM센터에 대해 검사를 시작해 이번 주 중 완료 예정이다. 라임자산운용사태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25일 피해자들이 대신증권과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 등에 대해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횡령)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추가 고소했다.

라임 사태 피해자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변호사는 "대신증권의 라임 펀드 판매는 명백히 사기다. 특히 반포WM센터의 장모 전 센터장은 라임자산운용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투자의 안정성은 높고 위험성은 낮다며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의 라임 펀드 판매를 주도하고 큰 실적을 올린 장 전 센터장은 부실 가능성을 미리 알고도 환매를 지연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장 전 센터장은 지난해 9월 대신증권에서 메리츠증권으로 이직했다가 현재는 퇴직한 상태다.

금감원은 현장 조사 및 법률 자문 등 작업을 거쳐 첫 분쟁조정위원회를 6월 말 또는 7월 초에 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저기 사상최대 실적인데…나홀로 '역성장'

지난해 대신증권의 실적악화도 오익근 대표가 해결해야할 또 하나의 난관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금융(IB) 부문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가운데 대신증권은 거래대금 감소로 수탁 수수료가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40% 가량 급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9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8.9% 감소했다. 매출액은 2조6996억원으로 전년보다 5.6%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7.3% 줄어든 1023억원을 기록했다.

대신증권의 영업이익은 2016년 833억원에서 2017년 1330억원, 2018년 1585억원으로 최근 3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난해는 오히려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특히 지난해 증시 거래대금 감소 등 대내외적인 악재에도 국내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대신증권의 부진은 더욱 눈에 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7272억원, 당기순이익 663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1.95%, 43.66%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7099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역대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했으며, 메리츠종금증권(5546억원·27.8%↑), 삼성증권(3918억원·17.3%↑), 하나금융투자(2799억원·84.59%↑), 현대차증권(718억원·42%↑) 등도 호실적을 나타냈다.

이들과 달리 대신증권은 10대 증권사 중 거의 유일하게 역성장 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증시가 부진했지만 각 증권사별로 투자은행(IB)과 자기자본투자(PI) 부문 등 수익원을 다각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사업 다각화에 한 발 늦은 대신증권은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 개선과 더불어 라임 사태 악재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새 수장으로 선임된 오 대표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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