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수수료 체계 개편 후 소상공인·정치권에 거센 비난
소상공인 "사실상 수수료 폭등…불난 집에 부채질"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배달의민족이 4월 1일자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은 물론 정치권에게까지 물매를 맞고 있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나서 배달앱 독과점 행보에 대해 강하게 지탄하면서, 배민을 향한 비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계 개편을 단행한 후 곤혹을 치르고 있다.(사진-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계 개편을 단행한 후 곤혹을 치르고 있다.(사진-배달의민족)

1일부터 '오픈서비스' 도입…52.8% 부담 줄인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부터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 오픈서비스는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 체계다.

기존 수수료 체계인 '울트라콜'은 광고 1건당 월 8만원의 정액제였다. 문제는 1개의 업체가 여러 개의 울트라콜을 등록하면서 중복 노출과 인근 지역의 주문까지 독차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이른바 '깃발꽂기'라 불렸다. 

울트라콜에서 오픈서비스 제도로 변경되는 효과.(자료-배달의민족)
울트라콜에서 오픈서비스 제도로 변경되는 효과.(자료-배달의민족)

이에 배민은 깃발꽂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오픈서비스를 내놨다. 울트라콜은 3개 이내로 제한되며 하단에 배치된다. 또한 입점 업주의 52.8%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부담도 줄어든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배민이 도입한 오픈서비스가 매출이 높은 가게일수록 수수료 부담이 늘어 결국에는 소상공인의 부담으로 떠안게 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기존 울트라콜 3~4건을 사용하면 한달에 26~35만원만 지불하면 됐지만, 해당 서비스 도입 후 매월 매출 1000만원인 업소는 한달에 58만원을 내야한다.

소상공인·이재명 한목소리 "독과점 횡포 막아라"

소상공인엽합회는 지난 3일 논평을 발표하고 "단순히 수수료 부담이 늘었다는 의미를 넘어서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지출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손이익이 그만큼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의 요금정책 개편이라는 것은 사실상 수수료를 사상 유래 없이 폭등시킨 것으로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민 논란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도 규탄에 나섰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독과점의 횡포가 시작되는가보다.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힘 좀 가졌다고 힘 없는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며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 되겠는가"라며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로 불평등 격차를 키우면 결국 시장경제생태계가 망가지고 그 업체도 결국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도지사는 "기득권자들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 약자들을 보호해서 실질적으로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라며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 경쟁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덧붙였다. 

합병 앞두고 곤혹, 난항 예상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독과점 비난이 지속된 가운데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인해 양사의 합병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 합병을 앞두고 수수료 인상을 위해 체계를 바꾼 것이냐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이에 배민 측은 "오픈서비스의 전신인 오픈리시트가 지난해 4월 1일에 이미 도입됐다"며 "정액제의 문제점, 수수료 모델의 합리성에 대해 그만큼 오래 고민해왔다. 합병과 무관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배민은 이번 논란에 대해 5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배민은 "울트라 깃발꽂기 문제를 개선하면서 누구나 합리적으로 이용하면서 전체적인 부담율을 낮춘 제도가 오픈서비스"라며 "수수료율을 전세계 동종, 유사업계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낮게 책정한 것도 부담이 줄어드는 업소가 많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출 155만원 이하의 업체에 대해 수수료 인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일각에 대해 "155만원의 5.8%는 울크라콜 1개(8만8000원) 비용보다 낮은데 실제 그렇게 매출이 적은 업소는 거의 없다"며 "배민 입점 업소의 깃발개수는 평균 3개다. 홀 매출 등을 제외하고 배민 앱을 통해 들어오는 매출만 따졌을 때 월 465만원 이하인 분들은 앞으로 비용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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