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 부채비율 급증…'자본잠식' 상태
신규 LCC 3곳, 정부 지원도 배제

(사진-각 저비용항공사제공)
(사진-각 저비용항공사제공)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선 여객 급감으로 수입이 말라가는 가운데 항공기 리스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계속 나가면서 잔고가 바닥나는 상황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기준 170%에서 351%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여름 일본정부의 수출규제로 인한 일본 여행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진에어 또한 부채비율이 267%로 전년 동기(95%) 대비 급증했다. 부채비율이 91%→328%, 99%→812%로 증가한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 기준 부채 484%로, 현재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에어서울도 지난해 자본잠식에 들어갔고 신생항공사 플라이강원도 매달 3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항공업계가 난관에 봉착한 데는 단거리 노선 중심의 우후죽순 등장한 LCC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한국의 LCC는 9개로 항공기가 주요 이동 수단인 미국과 같은 수준이며, 일본(8개), 독일(5개), 프랑스(1개)보다 많다. 관광이 주수입원인 태국(6개), 우리보다 국토가 77배 넓은 호주(3개)보다도 많은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해 신규 LCC 3곳이 추가되면서 수요 부진 속 공급 과잉은 더 심해지는 상황이다.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6곳만으로도 과당경쟁 체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을 제주항공이 인수하는 것외에 별다른 합종연횡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6개 LCC사장단이 정부에 조건없는 긴급 금융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사장단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공동 긴급 건의문'을 통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LCC에 700억원을 무담보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산은은 지난 31일 제주항공에 400억원, 진에어에 300억원의 운영자금을 각각 지원하다고 밝혔다. 앞서 산은은 지난 3일 티웨이항공에 60억원을 지원하고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계열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에 각각 200억원과 300억원 등 총 560억원을 지원했다. 산은이 현재까지 LCC에 지원한 금액은 1260억원에 달한다.

산은은 다음달 중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에어부산에 280억원을 인출하고 티웨이항공에 대해서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이 인수한 이스타항공의 인수자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심사를 완료하는 다음 달 중 1500억~2000억원을 타행과 공동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신규 취항사인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3곳은 이같은 금융지원 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 회사 모두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임에도 정부의 긴급 자금 지원조차 배제돼 있다. 산업은행이 3년 운항 실적을 대출조건으로 제시한 탓이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11월 신규 항공면허를 허가 받은 뒤 노선을 취항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선 운항은 중단했고 국내선 노선은 축소한 상태다.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10월 국토부에 항공운항증명을 신청한 후 현재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2월 국토부에 항공운항증명을 신청한 상태로 운항증명 검사기간이 약 6개월인점을 감안하면 첫 취항 일정은 올 7~8월로 예상되고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여객업황이 최악을 지나면서 일부 LCC들은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LCC들도 타격이 클 것"이라며 "최악을 지나면서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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