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텐·지오지아 운영사 신성통상, 수출사업부 인력감축
"코로나 여파로 결정…전화로 면담일정 조정한 것"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패션업계가 줄줄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탑텐과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토종 패션 기업 '신성통상'이 일부 부서 직원을 전화로 당일 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탑텐,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이 코로나19 매출 하락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지탄을 받고 있다.(사진-신성통상 홈페이지 캡처)
탑텐,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이 코로나19 매출 하락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지탄을 받고 있다.(사진-신성통상 홈페이지 캡처)

"예고없이 잘라 무력하다"…20여명 사직 결정

8일 신성통상에 따르면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수출사업부 임원과 직원 20여명을 상대로 권고사직 신청을 받았다. 수출사업부는 22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약 10% 수준의 인원이다. 

권고사직은 해외 수출 길이 코로나19로 막힌 것에 따른 조치다. 신성통상은 해외 바이어의 주문을 받아 의류를 생산하는 형식인데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지역의 바이어들이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서면 통지 없이 전화로 당일 해고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 한 직원은 "10년을 넘게 일했는데 당일통보 받고 짐싸고 해외에 내보내 놓고 예고도 없이 자르고, 공채라고 뽑아놓고 1년도 못 채운 신입들 내보내고 무력감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전화가 나한테 올지 동료가 받을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떠나는 팀원 하나하나 배웅하고 줄초상 난 분위기"라고 내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신성통상이 서면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전화로 직원들에게 해고를 알렸다는 점이 알려지자 부당해고라는 지탄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돼기 때문이다. 

이에 신성통상 인사팀 관계자는 "월요일, 화요일에 직원 30명에게 일대일 면담을 진행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며 "전화로 해고 통지를 내리는 것은 근로기준법에도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주 등에서 일방적인 주문 취소로 대금이 2개월간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향후가 불투명한 시기에 해당 팀의 자구책을 모색해 권고사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인사팀에 따르면, 이번 구조조정으로 7명은 경력을 감안해 부서가 재배치 됐으며 나머지 20여명은 면담을 하는 중에 사직서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직서를 제출한 직원에게는 4월 말까지 근무를 하지 않아도 급여를 지급하기로 결정, 퇴직시에는 위로금도 제공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패션업계도 경제 불황을 겪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패션업계 코로나 직격탄, 청원 글도 올라와

현재 패션업계는 코로나19로 울상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문재인 대통령님 COVID-19 확산에 따른 한국 의류벤더 섬유 산업을 살려주세요' 제목의 청원도 게재됐다.

청원자는 "미주에 주로 의류 수출을 하는 의류 벤더 업체들은 미국의 코로나 확산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든 오더가 구매자의 일방적 무재취소·선적 취소·대금지급이 거부요청됨에 따라 미국바이어로부터 대금지불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가족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경우 3월 27일 노사합의 없는 일방적인 통보, 4월 1일 시행으로 인원의 50% 감축, 4월 월급 30% 삭감, 급여가 없는 무기한 무급휴직, 그리고 그동안 허가하지 않던 육아휴직까지 총 4가지 패키지로 구성해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를 빌미로 직원들을 이간질해 힘없는 직원들이 떨어져 나가도록 유인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예로 유니클로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도 최근 배우진 대표가 '구조조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실수로 전 직원에게 발송돼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해 예고됐었다. 회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개인적인 실수일 뿐,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논란 잠재우기에 급급했지만 직원들은 긴장감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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