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 멈춘 정체 시기, 임대료 감면으로 상권 유지
부동산 침체로 거래가격 떨어져도 ‘거래 건 수 늘 것’ 우려 일축

[일요경제 김선희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발병한 이후 외출자제 모드, 인터넷을 활용한 생필품 위주의 절제된 소비 등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추세다. 부동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장 전반적으로 공급 매물에 대한 거래가격과, 일정비율로 매겨지는 중개수수료가 다운되는 현실이 부동산 업계의 사정 마저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가운데 최근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상인들 간의 결집력을 보여준 서울 남대문 시장을 찾아가 부동산 현업에 종사하는 중개사들을 만나 사정이 어떠한지 알아봤다.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가운데 서울 남대문 시장 골목 상인이 영업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 시장 골목 상인이 앞치마를 펼치며 영업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수요도 공급도 멈춘 정체 시기, 그러나 회복 기다려

10일 오전, 취재차 서울 남대문 시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맑은 날씨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많은 손님들이 북적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어쩐 일인가, 한산했다. 붐비는 인파 속에 속속 들리던 외국어가 들리지 않았다. 확실히 코로나19 위기가 한국 만의 사정은 아닌 것을 체감했다.

시장 상황을 들어보기 위해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찾아갔다. 한적한 사무실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A 사장은 부동산의 현 시황에 대해 “매물을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많지 않은 정체 상황이다”라고 답답한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남대문 시장의 상권이 예전만큼 활기를 띠지 못한 사정을 언급하며, 지난 2월부터 소상공인들에게 건물주들이 선행을 베푼 ‘착한 임대인 운동’이 영업 손실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현재 상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중개사무소 A 사장 역시 상인들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A 사장은 “우리도 4월까지 월 20%씩 임대료 감면혜택을 받고 있는 중”이라며 하루 빨리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를 원했다.

시장에서 거래가 없으면 자연스레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인데, 정부는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를 2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침체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 경제가 장기화 될 경우 거래가격 자체가 다운돼 중개사들이 취하는 수수료도 그만큼 줄어들 상황이 예상된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A 사장은 위와 같은 질문에 “거래가격이 높은 매물을 중개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저렴한 매물 여러 건을 많이 중개한다면 그만큼 수요자가 많아지지 않겠냐”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오히려 거래 건수가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개 수입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한산한 시장 상황에서도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때를 기다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다른 중개사무소의 사정도 들어보기로 했다. B사장 역시 “보유하고 있는 매물은 있지만 팔리는 매물은 없다”며 남대문 일대 부동산 시장에 대해 같은 평가를 내렸다.

접근성이 덜한 시장 내 건물 고층 사무실의 경우는 공실이 많이 생겼다고도 했다. B 사장은 “장사가 안되니 당장 수입이 끊기면 정말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게 말고 창고 등 고층에 위치한 사무실 15곳이 공실로 비어있는 상황이다”며 예전만 하지 못한 남대문 시장의 현실을 알렸다.

부동산 장기 침체로 인한 거래가격 하락과 중개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큰 걱정없이 노련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였다. B사장은 “중개수수료는 노력한 만큼의 대가라고 생각한다”며 “남대문 시장 뿐만 아니고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며, 수수료가 떨어졌다고 해서 유지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요도 없고 공급도 없는 불편한 상황에 대해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겸손히 나아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그는 “부동산 시황이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생계를 위한 매매도, 투자도 줄지 않겠느냐”고 언급하며 “기대치 월세가 나온다면 투자자는 언제든 부동산을 찾는다”는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가운데 서울 남대문 시장의 관광객 안내소와 가게 문이 닫혀있다.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가운데 서울 남대문 시장의 관광객 안내소와 가게 문이 닫혀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 발길 끊겨, 상인 매출 감소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제한되면서 상권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게 한산했다. 남대문에서 족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주인은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매출을 많이 올려줬는데, 요즘은 길거리에 눈 씻고 찾아봐도 보기 힘들다”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수입이 생기면 임대료를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어 원재료비가 올라 빠듯하지만 손님에게 더 올려받지 않고 판매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만두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문 앞에 줄을 서던 광경이 지금은 예전만 못하다”며,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나서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도 찾아보기 힘들어 한 때는 매출이 절반 정도 떨어지기도 했다”며 위기에 직면했던 사실도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직원을 감축하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고 매출도 다시 오르고 있다”며 큰 걱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