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원가보다 낮게 하도급 대금 결정
하도급대금 깎기·계약서 지연지급도

(사진-삼성중공업)
(사진-삼성중공업)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삼성중공업이 계약서 미발급, 대금 후려치기 등 하도급법 위반혐의로 과징금 36억원과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들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행위 등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36억 원을 부과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5년간(2013~2018년) 206개 사내 하도급 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맡기는 과정에서 작업 내용과 하도급 대금 등 주요 사항을 적은 계약서를 작업이 이미 시작된 뒤에야 뒤늦게 발급했다.

계약서면 3만8451건 가운데 전자서명 완료 전에 이미 공사 실적이 발생한 경우가 3만6646건(95.3%), 공사완료 후에 계약이 체결된 경우가 684건(1.8%), 지연발급 건을 파기하고 재계약을 맺은 경우가 1121건(2.9%)이었다.

하도급법은 하도급 계약의 내용과 당사자 간 서명이 담긴 서면(계약서)을 발급하도록 규정하면서, 계약일은 전자서명이 완료된 날짜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계약일자를 하도급 업체와의 전자서명 완료 시점이 아닌 자신이 계약서를 작성한 날짜로 설정해 표면상으로는 계약서 지연 발급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7년 7월 선체도장 단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전년대비 일률적인 비율(3.22%, 4.80%)로 인하해 총 5억원의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했다.

또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95개 사내 하도급 업체에게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2912건의 수정추가공사를 위탁하고, 공사가 진행된 이후에 사내 하도급 업체의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와의 협의없이 삼성중공업이 사후적으로 결정한 금액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협력사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음에도 142개 사외 협력사에 제조위탁한 선박부품 6161건을 임의로 취소·변경했다. 설계변경, 선주요구 등으로 위탁한 품목이 필요 없거나 그 수량이 줄어들게 되는 경우, 해당 품목에 대한 발주를 취소·변경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위탁변경시스템을 통해 협력사에게 위탁취소 변경에 대한 동의여부만 선택하도록 했고 협의절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해당 시스템에는 위탁 취소·변경에 대한 사유를 입력하는 항목이 설정돼 있지 않아 협력사들은 그 사유조차 모른 채 동의 여부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의 서면발급의무 위반행위,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행위, 부당한 위탁취소 행위에 시정명령(재발방지명령, 공표명령)과 과징금 36억 원 부과를 결정하고, 법인을 검찰 고발했다. 공정위는 관행적인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다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에 대한 사건 처리 효율화·신속화 방안(2018년4월 시행)'에 따라 3년간의 하도급 거래 내역을 정밀 조사해 처리한 것"이라며 "불공정 행위로 다수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를 엄중 시정 조치해 유사한 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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