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몰 의왕점, 구조조정·코로나19에 공사중단 결정
"계속 미뤄졌는데 말도 안된다"…주민들 지속된 기다림에 분통

"말도 안돼요, 계속 공사가 미뤄졌는데 또 기다릴 수 없습니다. 주민들도 내년에 롯데몰 의왕점이 오픈한다고 기대하고 있는데 왜 미적미적 하는거죠."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24일 의왕백운밸리에서 만난 주민들과 공인중개사들은 롯데몰 의왕점의 공사 중단 소식에 분통을 터트렸다. 한차례 공사지연도 모자라 내년 완공을 앞둔 시점에서 공사마저 갑자기 중단돼, 주민들이 단단히 뿔이 난 것이다.

롯데몰 의왕점 공사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한차례 미뤄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터지고 있다.
롯데몰 의왕점 공사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한차례 미뤄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터지고 있다.

최근 롯데쇼핑은 2021년 3월 오픈 예정인 롯데몰 의왕점 공사를 오는 5월 말부터 11월까지 중단할 것을 결정했다. 오픈일정 또한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왕점은 착공은 들어간 상태며 약 20% 정도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연이은 롯데쇼핑의 영업난에 고강도 구조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올해 초, 3년 내에 200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겠다는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밝힌 바 있다. 이 여파가 결국 롯데몰 의왕점까지 이어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불안과 매출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수요가 많이 줄어 유통업계가 어렵다"며 "속도조절을 하면서 오픈 일정을 조율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빠른 시간에 공사를 재개해 오픈 일정을 맞출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오픈일은 미정"이라고 답했다.

롯데몰 의왕점의 공사중단은 유통 업계 전반적으로도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롯데쇼핑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롯데몰 의왕점을 '지역 상권 1번가'로 세우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주요 사업을 미루는 것은 그만큼 유통업계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몰 의왕점의 공사지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쇼핑은 앞서 2019년 완공을 목표로 롯데몰 설립을 추진했지만, 당시 사드영향에 따른 중국 사업 철수와 온라인 판매 급증 등으로 설계가 변경되면서 착공이 늦춰졌었다.

롯데몰 의왕점은 기존 내년 상반기에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오픈 일정이 미뤄졌다. 이에 의왕백운밸리 부동산 업계에 타격이 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몰 의왕점은 기존 내년 상반기에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오픈 일정이 미뤄졌다. 이에 의왕백운밸리 부동산 업계에 타격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두 차례나 늦춰지는 롯데몰 소식에 주민들은 물론 공인중개사들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왕백운밸리 입주자들 대다수가 상권이 부족하지만 롯데몰 입점만을 기대해 왔기 때문이다.

의왕백운밸리 주민 정수연(53)씨는 "안 그래도 여기 상권이 안 좋은데 롯데몰까지 공사가 미뤄지면 이건 아닌 것 같다"며 "교통도 마을버스만 있어 많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김수빈(23)씨는 "배달음식을 주문해도 멀다고 배달이 안된다"며 "롯데몰이 들어오면 상권도 다양해져 생활이 편리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속상하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역시 "롯데몰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집값이 상승하기 때문에 값어치가 있었는데 공사 중단 소식에 착잡하다"며 "의왕시와 롯데그룹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더 커질 것 같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공사 현장 곳곳에도 공사중단 소식에 "지역경제 무시하는 롯데쇼핑 각성하라", "공사중단 웬말이냐", "지역경제 다 죽는다" 등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기도 했다.

다만 이미 공사가 어느정도 진행된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내년 6월에 그대로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몰 송도에 대한 공사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송도점에는 롯데몰과 롯데시네마, 롯데호텔 등 2단계 공사가 들어간 상태다.

롯데몰 의왕점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현장 앞에 '공사중' 안내판이 쓰러져 있다.
롯데몰 의왕점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현장 앞에 '공사중' 안내판이 쓰러져 있다.

롯데쇼핑, 쇼핑사업 '줄줄이' 보류 사태

롯데쇼핑은 쇼핑사업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롯데쇼핑이 추진하는 쇼핑사업이 연이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 복합쇼핑몰(롯데몰 상암점)은 7년째 멈춰져 있다.

롯데쇼핑 측은 올해에는 공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올해 설계도도 기획하고 담당할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며 "장기간 진행될 사항에 대해서는 서둘러서 움직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쇼핑은 지난해 온라인쇼핑 확대와 국내 소비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매출 17조 6328원, 영업이익은 427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