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배달료 확보·산재보험 등 열악한 노동 법령 체계 개선 요구
정부, 플랫폼 독과점·횡포 방지 위한 공공배달앱 논의

[일요경제 김선희 기자] "무법천지로 운영되고 있는 배달산업 행태를 누군가는 바로 잡아야 된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이 근로자의 날을 맞아 2020년 총회를 통해 서울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배달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행태를 알리고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라이더유니온 집회에 참석한 100여명의 배달노동자들이 손플랑을 들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9일 라이더유니온 집회에 참석한 100여명의 배달노동자들이 손플랑을 들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9일 라이더유니온은 총회를 통해 안전배달료 쟁취, 플랫폼 갑질 근절, 산재보험과 배달용 유상운송보험 문제 등을 호소한 후 삼성 본사, 배민 남부스테이션, 부릉 본사 앞까지 오토바이로 행진했다. 이날 100여명의 조합원 참석 하에 오토바이 약 50여대를 끌고 강남역 8번 출구에서 출발, 경찰의 안내하에 질서정연하게 이동했다.

안전배달료 확보 급선무, 수입확보 위한 시한폭탄 질주

현재 배달 플랫폼의 가장 큰 문제는 배달대행료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점이다. 지역별로 또는 업체 간 과열 경쟁으로 인해 천차만별로 책정된 배달대행료는 결국 배달노동자들에게 과속, 신호 위반 등의 시한폭탄 배달 서비스 행태를 고착시킨다.

라이더유니온의 조합원은 총회에서 발언을 통해 "현재 배달노동자들은 일주일에 최소 12시간, 주 6일 근무체제로 일하고 있다"며"시간당 최저임금도 적용되지 않는 수수료 체계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손님이 주문을 취소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위험을 끌어안고 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소 배달료가 정해져야 우리도 안전하게 배달하며 근무할 수 있고, 무법천지로 운영되고 있는 배달산업 행태를 누군가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주행 중 사고라도 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배달노동자들은 노동관계 법령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어 있어 산재 제도에 대한 개선, 오토바이 유상운송보험의 비용 부담 대비 보장에 제약이 큰 점도 개선사항으로 요구했다.

배달노동자 조합원은 "큰 비용을 들여 유상운송보험 가입을 해도 사고 발생 시 자차보험 적용이 안되는 현 보험 보장 체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다"며 배달용보험 현실화를 주장했다. 이어 10대 청소년 배달노동자 조합원은 "사고 발생 시 배달노동자에게도 산재보험 적용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배달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직은 산재보험 가입이 불가한 개인사업자 또는 위탁계약, 도급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근로 계약 시 산재보험에 대한 언급을 통해 근로자의 '중소기업사업주 산재보험' 가입 의사를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후 강남역 8번 출구 삼성화재 건물 앞에서 배달노동자가 손플랑을 들고 있다.
29일 오후 강남역 8번 출구 삼성화재 건물 앞에서 배달노동자가 손플랑을 들고 있다.

플랫폼 갑질 근절에 관해서는 정부와 경기도지사 등 지자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난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기업을 인수하면서 규모가 확장될 경우 대기업 배달 플랫폼의 독과점 횡포를 막기 위한 공공배달앱 개발, 자유시장경제의 정부개입과 통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총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허영구 평등노동자회 대표는 "대통령과 총리도 배달노동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귀 기울여 듣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 집회에 참석한 배달노동자들이 강남역 삼성화재 건물 인근을 오토바이로 주행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집회에 참석한 배달노동자들이 강남역 삼성화재 건물 인근을 오토바이로 주행하고 있다.

한편 오토바이 행진에 앞서 라이더유니온 총회의장 박정훈 회장은 "라이더유니온이 결성된 지 1년이 됐다"며 "이제는 정부 관계자와 도지사를 만나 대한민국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처한 배달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당당히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달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 정부와 라이더유니온이 모여서 보험, 배달, 산재, 플랫폼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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