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등 주요사 분기 실적 최악…SK이노, GS도 암울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적자 늪에 빠진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모멘텀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감 상황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 1위사 SK이노베이션은 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2위사 GS칼텍스도 이달 중순 안에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적자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GS칼텍스 역시 5천억원 이상의 적자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석유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가가 폭락하며 석유 제품 재고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없어 재고가 더욱 쌓여만 가는 상황.

정유사 수익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정제마진과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에, 2분기에도 정유업계의 대규모 영업적자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에쓰오일은 4월말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1분기 영업손실 1조 73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적자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4분기에 낸 분기 기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3335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1976년 창사 이래 최대 적자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기간 4.2% 감소한 5조1984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당기순손실도 880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측은 정유 부문의 영업손실만 1조1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에쓰오일 측은 "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과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제트유(항공유),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손실이 563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1008억원) 대비 적자전환 됐으며, 매출은 4조4166억원으로 14.1% 감소했다. 순손실은 462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들 회사들은 적자의 주원인으로 국제유가급락에 따른 원유·석유 제품 재고 가치 하락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급감을 꼽았다.

한편 5월부터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실행되고, 코로나19가 점차 진정되면서 2분기에는 실적이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4.5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날 대비 20.5%(4.17달러) 상승한 것이다.

6월물 WTI가 배럴당 20달러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20일 이후 2주 만이다. 각국의 경제 재개로 원유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돌입한 점도 유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 이진명 연구원은 "정유업계는 상반기 저유가와 석유 수요 급감으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업황과 유가가 모두 바닥을 본 만큼 석유 수급 개선과 코로나19 진정에 따라 하반기에 실적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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