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맛 난다", "성분 의심된다"…조직적으로 움직인 남양유업
경찰, 홍원식 회장 등 7명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 수사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어제까지만 해도 대리점들과 상생을 펼치겠다며 기업 이미지 개선에 나선 남양유업이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경쟁사 제품을 비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양유업 홍보대행사가 아이디 수십개를 만들며 온라인에 허위·비방 글을 게재한 것이다. 

남양유업이 경쟁사 제품에 대해 비방하는 글을 게재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재 홍원식 회장과 팀장 등 7명을 입건했다.(사진-연합뉴스 가공)
남양유업이 경쟁사 제품에 대해 비방하는 글을 게재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재 홍원식 회장과 팀장 등 7명을 입건했다.(사진-연합뉴스 가공)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6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상반기 280만 명의 회원이 가입된 맘카페 등에 "A사 유기농 우유 성분이 의심된다", "우유에서 쇠 맛이 난다", "우유가 생산된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다" 등 경쟁사인 A사를 비난하는 글과 댓글을 수차례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사가 비슷한 내용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것을 수상쩍게 여기며 지난해 4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해 7월 홍보대행사와 남양유업을 압수수색했으며, 해당 글을 게시한 아이디 50여개를 확보했다. 이 아이디로만 게재된 글은 70여개에 달한다. 경찰은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에 돈을 지급한 점도 확인했다. 

남양유업은 논란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남양유업은 논란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하지만 남양유업은 이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논란이 일자 7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며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 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일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km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며 "당사자는 1년여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남양유업 차원에서 조직적인 비방전을 지시한 것인지에 대해 집중 조사를 펼치고 있다. 현재 홍원식 회장과 팀장 등을 포함한 7명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남양유업은 2009년과 2013년에도 인터넷에 경쟁사 비방글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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