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5000억·근로자 300인 이상…충족 사 일부 불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항공기들이 멈춰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항공기들이 멈춰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정부가 추진 계획을 밝힌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두고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항공사들이 대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항공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추진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하지만 지원 대상은 총 차입금이 5000억원 이상인 국적 항공사로 돼 있어 장·단기 차입금만 따지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해당되고 LCC(저가 항공사)는 지원받을 수 없다. 다만 장·단기 차입금 외에 리스 부채까지 총 차입금으로 포함하게 되면 LCC 중에선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이 유일하다.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올해 5월1일 기준 근로자수를 기금지원 개시일부터 6개월간 최소 9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총차입금에 리스 부채를 포함한 모든 대출이 다 해당하는지, 금융 대출만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CC 4개 상장사의 1분기 기준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제주항공 1484억원, 진에어·에어부산 300억원, 티웨이항공 65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운용리스 항공기에 대한 유동성·비유동성 리스부채를 더하면 제주항공의 총 차입금은 6416억원, 에어부산은 5605억원으로 늘어 기준을 충족한다.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리스부채를 포함해도 총 차입금이 5000억원 미만이다. 신생 LCC 플라이강원의 경우 근로자 수가 300명이 채 되지 않아 조건 미달이다.

LCC업계에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에서 배제된다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관련 LCC 대책은 지난 2월 발표한 3000억원 규모의 자금 대출 지원책이 전부지만 이마저도 지급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LCC 업계는 지난해 7월부터 일본여행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노선이 큰 타격을 입었고, 올들어서는 코로나19 악재에 사실상 모든 하늘길이 막힌 상태다. 현재 제주항공 외에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6개 LCC는 모든 국제선을 셧다운 중이다.

LCC들은 하반기는 지나야 국제선 재운항을 기대 해볼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만 7월부터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기로 확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업체만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받게 된다면, 업계 형평성 차원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CC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저비용항공사 가릴 것 없이 똑같은 위기에 처했는데도 불구하고, 차입금 설정 기준에 따라 지원에서 배제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장·단기 차입금과 리스 부채 외에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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