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생산업체 삼성·TSMC, 어느 한 쪽 치우칠 수 없어
갈등 속 시장 침체기에 숨고르기, 과감한 투자 행보 이어가

[일요경제 김선희 기자] 미국이 자국 원산지 제품이 포함된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더욱 강력하게 규제를 하면서, 파운드리 위탁생산 업체인 삼성전자와 TSMC가 각각 생산량 증대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한국의 기흥과 화성,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그리고 평택까지 생산량을 확장해 파운드리 생산에 집중,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1위 탈환의 목표를 둔 한편, 대만의 TSMC 역시 미국 애리조나주에 직접 공장을 증설해 파운드리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업계는 전했다.

반도체 생산업체가 적극적으로 1위 자리를 놓고 선점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과감한 미래 먹거리 투자 행보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주목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자료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자료제공-삼성전자)

21일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에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년 전 '반도체 비전 2030' 목표를 내걸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 업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본격 실행하기 위함이다.

평택 공장 완공 후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되면 화성 라인의 생산량과 함께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5나노 제품 역시 올해 하반기에 화성에서 양산한 뒤, 평택 라인이에서도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 1위 TSMC는 미국 공장 증설 결정

최근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업계는 전했다.

미국이 중국으로의 반도체 판매 허가 기조를 더욱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생산 제품의 매입처가 급감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동안 TSMC 제품의 납품 물량은 대부분 중국에서 사들였지만 반도체의 일부 핵심 부품 공급처가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으로 직접 뛰어들어 불리해진 공급망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매입처를 확보하기 위함으로도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TSMC의 미국 공장은 5나노(㎚) 기반으로 생산할 예정이며 현재 시험 생산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렸다. 미국 공장은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선진국의 인건비가 아시아에 비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TSMC의 미국 공장 연간 시설 투자비용은 약 13억 달러 수준이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시장 선점 문제로 경쟁국의 진입장벽을 원천봉쇄한 터라 파운드리 위탁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TSMC의 이같은 행보는 갈등 속 시장 침체기에 재도약을 위한 숨고르기로 해석된다.

세계 스마트폰의 엄청난 수요를 자랑하는 미·중 양국 중 어느 쪽에도 치우칠 수 없는 생산업계 1, 2위 간의 경쟁은 숨고르기 중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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