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에 임원들 '대낮 술판' 벌이다 해임
연이은 구성원 사망·내부 부조리 의혹 등으로 경영 개선 절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 대표 공기업으로서 공공성과 공익성 우선, 신뢰 격려의 조직문화, 투명한 업무처리를 '3대 핵심 키워드'로 결연한 의지를 갖고 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

2018년 1월 제36대 한국마사회장에 취임한 김낙순 회장의 취임사다. 어느새 그의 임기가 내년 1월이면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이 때, 한국마사회는 여전히 잡음으로 시끄럽다. 올해 故 문중원 기수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사망은 물론, 전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이 때에 임원들이 대낮에 경마장 문을 닫고 술판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마사회 임원들이 대낮에 문을 닫고 음주가무를 즐긴 사실이 적발되면서, 김낙순 회장의 경영이 흔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한국마사회 임원들이 대낮에 문을 닫고 음주가무를 즐긴 사실이 적발되면서, 김낙순 회장의 경영이 흔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김낙순 회장 부재 중 임원들 '술판'…솜방망이 징계 지적도

한국마사회는 현재 김낙순 회장이 부재 중에 조직 최고위 임원인 상임이사들이 근무시간에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3월 28일, 마사회 상임이사 4명은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갔다. 마사회 상임이사였던 김 씨는 연임에 실패하자 함께 탈락한 B씨와 다른 상임이사 2명을 불러내 술을 마시고 2차로 노래방도 갔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수위를 강화하고 있던 때에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술을 마신 음식점에서 직원 사기 진작 용도의 법인카드로 사용했다. 총리실 공직본부관리관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넘겨 받은 농림축산식품부는 4월초 감사를 진행, 지난 11일 마사회에 징계처분 통보를 내렸다. 

이날 술판에는 현직 고위간부 2명이 더 참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마사회는 이들은 일반 직원이라고 말했지만 농식품부 조사 결과 본부장급 직원(2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낮 술판에는 총 6명의 고위급 간부가 참석한 셈이다.

이에 주동자였던 김 씨는 해임됐으며 경영본부장이었던 B씨는 의원면직 처리됐다. 다른 임원들은 현재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징계를 두고 농식품부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정한 해임을 교묘히 피해 1500만원 상당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용인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다른 2명의 상임이사에 대해서도 경고 수준에서 징계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마사회, 조직문화 개선 요구 어느 때보다 높아

한국마사회를 향한 조직문화 개선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올해 故 문중원 기수를 비롯한 연이은 구성원들의 사망사건과 직원들의 불법 배팅 적발 등 내부 부조리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 상황도 좋지 않다. 마사회는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 가운데 △사회적 가치 구현과 △재무관리 항목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올해 평가에서도 'D등급(미흡)'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설상가상 마사회의 경영 성적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마사회 영업이익은 1204억1500만원으로 전년대비 15% 감소했다. 매출은 7조39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 줄어들었다. 

더욱이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월 23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추가 휴장 상황이다. 마사회는 기존 지난 24일까지 임시 휴장기간을 정했지만, 1주 추가해 6월 4일까지 임시 운영 중단조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잇따른 경마장 운영 중단으로 마사회는 3월에만 8000억원의 매출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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