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국민 사과 발표 이후 노사 합의 속도 높여
김용희 씨, 오후 6시 기자회견 진행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355일째 강남역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이어오던 김용희씨가 농성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초 대국민 사과를 통해 노조 활동 보장을 발표한 후, 노사간 화합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삼성 측은 김씨를 향해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서울 강남역 사거리 인근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서울 강남역 사거리 인근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9일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공대위(이하 공대위) 대표인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김용희 동지 오늘 드디어 땅을 밟는다"며 "지지와 연대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쇄회로TV(CCTV) 철탑 위에서 355일째 농성 중인 김용희씨가 고공농성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김용희(61) 씨와 삼성 측이 합의문을 작성하며 가능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씨는 지난 1995년 사내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 해고된 이후로 삼성을 상대로 사과와 명예복직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철탑 위에서 생활을 하며 농성을 해왔다. 그동안 별 진전 없이 이어왔지만,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후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입장문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김용희씨의 농성 문제가 양측의 합의에 의해 지난 28일 최종 타결됐다"며 "김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그의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회사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지속했다"며 "뒤늦게나마 안타까운 상황이 해결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도움을 준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보다 겸허한 자세로 사회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이날 합의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삼성피해자공동투쟁과 면담을 하는 등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합의 과정에 직접 관여하신 분들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합의 성사를 위해 애쓰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오늘 오후 6시 강남역 2번 출구 철탑 앞에서 기자회견도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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