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주유소 300개 운영권 확보
재무부담 증가…'수익성' 극대화가 관건

강달호 사장(앞줄 왼쪽)과 한환규 부사장(앞줄 오른쪽) 등 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이 1일 서울 강남구 오천주유소에서 영업 개시를 기념해 일일 주유원으로 활동했다.(사진-현대오일뱅크)
강달호 사장(앞줄 왼쪽)과 한환규 부사장(앞줄 오른쪽) 등 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이 1일 서울 강남구 오천주유소에서 영업 개시를 기념해 일일 주유원으로 활동했다.(사진-현대오일뱅크)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운영권을 인수한 SK네트웍스 주유소 300여곳의 영업을 1일 시작했다. 이로써 현대오일뱅크는 20년만에 주유소 업계 2위로 도약하게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행보를 두고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주유소 운영권 인수로 핵심 판매망을 확보하면서 신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는 시각과, 지출에 따른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인수한 주유소의 수익성을 얼마나 늘릴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SK네트웍스 주유소 300여개의 영업을 추가로 시작하면서 총 2500여개의 주유소 운영권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 1999년 한화에너지플라자 주유소 1100여개 운영권을 인수한 현대오일뱅크가 업계 3위로 올라선 이후 처음으로 업계 순위가 변동됐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운영 중인 주유소는 각각 3075개(SK네트웍스 제외)와 2338개다. 기존 2220개로 업계 3위였던 현대오일뱅크는 이날부터 SK에너지 다음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주유소를 운영하게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인수로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던 수도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현대오일뱅크의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시장 주유소는 기존 591개에서 750개로 27%늘어난다.

현대오일뱅크관계자는 "거주 및 유동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수도권 주유소를 대거 확보함에 따라 매출은 물론 인지도 제고에도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안정적인 석유제품 판매처를 확보한 현대오일뱅크는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수출시장에 의존하는 대신 내수시장 매출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한 300여곳의 주유소에서 소비되는 석유제품은 하루 2만배럴로, 현대오일뱅크의 최대 생산량(52만배럴)의 4%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주유소 시설을 이용한 신사업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정유사업은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리스크가 있는데, 주유소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패스트푸드, 편의점, 개인창고 서비스인 셀프 스토리지 등의 사업에 진출해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격적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을 불안 요소로 지적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주유소의 영업권을 임대하기 위해서 현대오일뱅크는 전체 매각대금 1조 3321억원 중 668억원을 부담했다. 역에 주유소 자산 인수와 보증금 지급 등 직접적 지출에 2200억원이 필요하고, 주유소 임차료와 관련해 5000억원의 리스 부채도 발생한다.

이런 가운데 재무 부담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은 2015년 말 95%에서 2016년 112.1%, 2017년 116.1%, 2018년 129.2%, 지난해 말 136.3% 등 꾸준하게 증가해왔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375억원 수준이다.

이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올해 1분기에만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거기다 정제마진도 11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인수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담이 더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인수 이후 어떻게 수익성을 낼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달 14일 현대오일뱅크(AA-)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올 1분기 유가와 정제마진 급락으로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했고 당분간 유가와 정제마진, 주요 제품의 수급 상황에 연계된 실적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현금 창출력 저하와 투자자금 소요에 기인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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