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결합심사' 이유…제주항공, 유동성 위기에 유상증자 추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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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항공업계 인수합병(M&A)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해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은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인수 작업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인수포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2조5000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HDC현대산업개발의 최종 인수 작업이 연기되고 있다. HDC현산은 4월 말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HDC현산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선행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을 차질없이 마무리 한다는 입장이다.

인수포기설이 힘을 얻고 있는 데는 아시아나항공 자본잠식 상태가 한 몫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082억원, 당기순손실은 5490억원이다. 자본 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9082억원에서 지난 1분기 말 2102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국제선 셧다운 등 코로나 장기화로 2분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현대산업개발이 이행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하더라도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경영위기를 겪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보다 2500억원의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인수를 철회하는 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 역시 첩첩산중이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의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변수로 3월부터 임금 지급을 못하는 있는데다, 국내선·국제선 전면 비운항 기간이 길어지면서 운항증명(AOC)마저 일시 정지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1분기 영업손실 359억원을 기록, 자본총계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의 사정도 좋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에는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까지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확정하는 등 자금여유가 없어 인수자금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따라서 회사 운영자금도 유상증자로 마련하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약 없는 항공업계 불황으로 항공사 인수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만 인수합병을 포기할 경우 그에 따른 피해도 만만치 않아 계획대로 인수합병이 마무리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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