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개위 철회권고 뺀 재수법안…금융소비자 보호력 약해

[일요경제 방석현 기자]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반하는 입법이다."

사무금융노조연맹(위원장 이재진, 이하 연맹)은 지난 5월 18일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대해 이같이 논평하며, 의견을 금융위에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맹은 개정안이 금융위가 당초 2018년 3월 15일 입법예고했으나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로부터 철회권고를 받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사외이사 연임 때 외부평가 의무화를 빼고 다시 제출한 '재수(再修)'법안이라고 했다.

연맹에 따르면 이 법안이 최근 잇단 금융사고의 근본 원인인 금융정책 실패를 금융사의 감사기능과 내부통제 문제로 덮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금융사 임원·대주주 자격완화나 소규모 금융사에 법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끼워 넣으면서, 노동자추천이사제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

연맹은 금융회사의 건전성·투명성 제고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가 취약하고 고객들의 금융이해도가 낮은 소규모 금융사에 법 적용을 면제하는 개정에는 반대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등 정부의 금융정책 수행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공공기관(한국은행·금융감독원·거래소·예금보험공사 등), 금융업 관련 단체(예탁결제원·증권금융회사·금융투자협회·보험협회 등), 신종 금융업자(손해사정회사 등)도 이 법을 우선 적용받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금융회사 간 지배구조 규제 일원화로 금융산업 거버넌스의 질적 수준을 상향 평준화시킴으로써, 금융회사의 경영 투명성과 건전성은 높이고 금융소비자는 한층 더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법 위반 금융사 임원의 결격기간을 단축시킬 경우 이는 모든 금융업종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치게 되어,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게 되며,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친 금융사의 임원·대주주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기존 금융업의 유지나 신규 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특혜를 줄 수 있어 개정에 절대 반대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사외이사 재선임시 독립성 평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이해충돌 위원의 자격 박탈 등 당초 안보다 후퇴한 내용은 복원시키고, 금융사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감시 기능을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이 법 적용대상 금융사의 임추위 위원 중 1인은 근로자 대표가 추천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연맹은 최근 금융정책 수립과정에서부터 노동자·시민사회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금융정책위원회'를 출범했다. 금융정책위원회는 IMF사태 이후 최근까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금융사고의 근본 원인이 금융정책의 실패였음에도 그 고통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와 노동자들에게 귀속돼 온 악순환을 끊고, 우리 금융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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