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표이사 후보까지 올랐던 송요익 전 전무, 사외이사 선임
경영진 감독·견제 사외이사 취지 어긋나

지난 1월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CEO 기자간담회 모습.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극심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HMM(구 현대상선)이 체질개선 목적의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내부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영진을 감독·견제하는 사외이사 취지에 어긋나게 내부 출신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외이사가 선임된 지난해부터 주총안건에 대해 찬성률 100%를 달성하면서 이른바 '거수기' 사외이사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송요익 전 현대상선 컨테이너 부문 총괄 전무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송 이사는 현대상선에 2014년까지 몸 담은 인물로, 2016년엔 신임 대표이사 후보군 최종 3인까지 올라간 입지가 탄탄한 인물이다.

사외이사는 원칙적으로 독립성을 갖고 중요한 기업경영정책 결정에 참여해 경영진을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다. 특히 선임단계에서 기업과 이해관계가 없어야하며 견제와 감시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위치다. 이런 측면에서 내부 출신 인사는 독립성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송요익 이사는 지난해 선임 이후 주총 안건에 대해 100% 찬성표를 던지며 내부 감시나 견제 차원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기간 실적부진에 빠진 HMM은 지난해 이사진 수를 줄인데 이어 대폭 물갈이 했다. 현대상선 유창근 전 대표이사와 김수호 전무, 김만태 전무 등의 사내이사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내려왔으며, 이후 배재훈 사내이사가 대표로 올랐다.

HMM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실적부진을 만회하고 새롭게 항해를 이끌 인물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범한판토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물류전문가인 배 대표를 자리에 앉혔다. 이 외에도 박진기 전 한진해운 상무도 선임됐다. 이렇게 사내 이사진들이 모두 현대상선과 관련없는 인물들로 채워진 가운데 송요익 이사가 내부출신 인사로 사외이사에 뽑혀 이사회 균형이 흐트러진 모양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시각에선 HMM의 체질개선을 이끌 전문가라고 해석되지만 정작 사외이사 독립성 취지에서는 모순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HMM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최대 주주 견제를 위한 목적으로, 통상적으로 업계에서 전문성이 높은 분들로 구성이 된다"면서 "이사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선임되신 분이며 과정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없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잘못된 주총 안건에 대해 찬성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전혀 문제가 없는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것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유일한 대형외항선사 HMM은 올 1분기를 포함 20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 중인 가운데 정상화를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은 최소 3조원에 달한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동량 감소 위기에 처하며 경영정상화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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