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소지 다분…영업담당자 허탈한 심경 토로

[일요경제 방석현 기자] 대웅제약이 영업사원들에게 병·의원의 처방내역을 불법적으로 입수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 영업사원 A씨는 최근 경향신문에 "회사가 영업 전략을 위해 영업사원들로부터 거래처의 처방 통계를 확보해 보고할 것으로 강요하고, 이를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고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은 탄탄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전문약 매출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병·의원에서 의사가 의약품 처방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A씨의 말대로 영업사원이 의사의 처방내역을 입수했다면 엄연히 불법의 소지가 있다.

대웅제약은 또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영업사원들에게 처방 통계를 빼내는 기술을 익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빼낸 처방 통계는 마케팅 등의 영업전략을 세우는데 활용됐다는 것이다.

방법은 대웅제약의 자회사 엠서클에서 개발한 청구내역 프로그램을 병·의원에 설치토록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의 처방통계에 대한 컨설팅을 해준다는 목적이었지만 실제론 병원에 귀속된 환자의 개인정보 및 처방통계 등을 빼내는 데 활용돼 왔던 것이다.

영업사원들은 프로그램 설치 시 조작을 어려워 하는 의사들을 대신해 설치를 도와주며, 해당 정보들을 수집해 온 것이다.

자신을 대웅제약에서 수년간 영업직으로 근무했다고 밝힌 B씨는 "병·의원 영업간 수집한 정보는 회사측에 보내져 마케팅 전략 등을 세우는데 활용된 것으로 안다"며 "초창기에는 많은 제약사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진행했지만, 불법 소지가 있어 현재는 행해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력이 강한 제약사로 꼽히는 대웅제약의 비책(秘策)이 밝혀진 만큼 타 회사 영업사원으로써 배신감을 느낀다"며 "회사측 입장도 있겠지만 그렇게 까지 영업현장에 내몰린 제약 영업사원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대웅제약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해봤으나 바쁘다는 이유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대웅제약 홍보 담당자는 "문자로 남겨주시면 확인 후 회신드리겠다"는 문자를 보내왔지만 이후 회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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