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육성 도움" VS "재별 특혜" 산·학 의견 차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사진 왼쪽>와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사진 오른쪽>이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CVC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일요경제 방석현 기자] 지주회사의 CVC(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허용이라는 규제완화를 두고 산업계와 학계의 의견이 엇갈렸다. 산업계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벤처기업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학계는 재벌특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 민주당) 주최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CVC 토론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CVC를 통한 기업의 신사업 진출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한국도 지주회사의 CVC허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주회사의 CVC허용은 지주회사들의 형평성 제고 및 역차별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구글(알파벳), 알리바바, 탄센트 등 해외 지주회사의 경우, CVC를 통해 여러 회사들에 투자하며 상보적 관계를 통해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지주회사의 CVC허용이 되지 않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취약한 상태라는 것.

특히 한국의 일반 기업들은 CVC를 통해 8개 그룹에서 77개 펀드를 조성, 4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형성하고 있지만, 지주회사들은 CVC가 허용되지 않아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견해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일반지주회사는 163개로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공시기업진단에 속하는 지주회사는 37개다. 나머지 88%의 중소중견 기업들이 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만큼, 오히려 역차별을 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의 가속화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현재의 벤처기업 정부지원이 스타트업 및 창업 단계 투자에만 집중돼 있어 육성에 한계를 갖고 있는 만큼 CVC를 통한 전략적 투자가 대(對) 벤처기업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견해다.

특히 과학의 발달로인해 기술 변화 주기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CVC를 통한 벤처투자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LG, SK 등 국내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CVC를 투자하고 있는 만큼 지주회사의 CVC허용은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산분리 등 우려되는 부작용도 있는 상황인 만큼 안전 장치들을 마련해 운용의 묘를 살리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 대표는 "지주회사의 CVC 허용은 대기업들의 혁신생태계 참여가 늘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위한 적절한 투자조달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한편, 재벌특혜 문제를 떨쳐버리기 위한 투명성 강화 등의 여과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또 스타트업들이 대기업 중심의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기회도 될 수 있을것으로 봤다.

반면 학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홍익대 경제학부 전성인 교수는 "CVC가 비금융회사 속성이 강한 경우에 한해 지주회사 편입을 허용하는 등 남용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VC를 일반지주회사의 완전 자회사 형태로만 허용해 외부차입자금을 없이하는 한편, 투자재원의 외부차입도 막아야 한다는 견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재벌 등 기득권의 기반강화는 규제개혁과 다르다"며 "일반지주회사 재벌에게 CVC를 허용해야만 후기 벤처투자가 늘 것이라는 주장은 우리의 현실을 외면한 감언이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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