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그룹 2세 김지원, 지속된 실적부진에 코로나19까지
2019년 급격한 적자발생…'빅배스 단행' 의구심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한세그룹 2세인 한세엠케이 김지원 대표의 경영 시험대를 둘러싸고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급격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실적개선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라는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세엠케이의 실적난이 김 대표의 부담을 줄어주기 위한 '빅배스'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세엠케이가 지속되는 영업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세그룹 2세 김지원 대표가 취임한 후에도 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사진-한세그룹 자료 가공)
한세엠케이가 지속되는 영업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세그룹 2세 김지원 대표가 취임한 후에도 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사진-한세그룹 자료 가공)

영업익·당기순익 모두 '손실'…1분기도 하락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18일 전무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녀가 2017년 한세엠케이 상무로 입사한 지 2년만에 이뤄진 초고속 승진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한세그룹의 오너2세가 경영진 자리를 차지하면서 한세그룹 전반의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가 나왔었다.

그러나 한세엠케이는 영업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3289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8년 3230억원에서 지난해 3075억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2017년 95억원, 2018년 24억원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2019년에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23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468억원의 매출을 보였지만 지난해 동기 770억원에 비해 한 눈에 큰 폭으로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의 폭은 더 늘어났다. 영업손실은 올해 1분기에 4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42억원 대비 약 6억원 가량 많아졌다. 당기순손실도 지난해 44억원에서 올해 4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패션업계 불황이 지속돼 온 가운데 업친데 덥친격으로 지난해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로 성수기 매출이 예상만큼 일어나지 못했다"며 "이것이 주요 아이템들의 판매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매출 및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손실, 창업주 딸 부담 줄이기 전략?

지난해 한세엠케이의 과도한 실적 급락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빅배스' 단행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빅배스(Big bath)란 회사 회계처리 방법이나 미래에 대한 회계 추정을 변경해 이익을 하향조정하는 회계처리를 대규모로 수행하는 것을 의미이다.

대체로 기업에서는 신임 대표가 선임될 때 빅배스가 단행된다. 새로운 대표가 취임하기 전에 부진한 경영성과를 회계장부에 반영하면서, 신임 대표는 영업실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실적부진이 있더라도 이 부분은 신임 대표가 아닌 전임 대표에 책임이 가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연구소 네비스탁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세엠케이가 경기를 많이 타긴 하지만 일시적으로 당기순이익이 급격히 하락할 이유는 없다"며 "대규모 손실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시적으로 대규모 회계손실이 일어나면 그 다음에는 아무래도 영업실적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며 "무조건 빅배스를 단행했다고 할 순 없지만 오너일가로 경영승계가 이뤄지는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에, 신임 대표의 실적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세엠케이는 3월13일 2019년 회계연도 실적을 공시하면서 영업이익 변동요인에 대해 매출 감소 및 재고자산평가손실 증가에 따른 매출원가 상승'이라고 밝혔었다. 당기순이익 변동요인으로는 '미래 현금흐름 평가에 따른 손상차손 반영'이라고 전했다.

빅배스 논란과 관련해 한세엠케이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2019년 실적은 지난해보다 강화된 회계기준에 따라 보수적인 실적마감이 반영되면서 나온 결과"라고 반박했다.

그룹 발목 잡는 한세엠케이, 그룹 차원 지원은?

한세엠케이의 부진한 성적은 모회사인 한세실업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 3월 한화투자증권은 한세실업에 대해 자회사인 한세엠케이 실적 부진으로 기대치가 떨어진다며 목표주가를 2만5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하향 조치하기도 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결 자회사 한세엠케이의 실적 부진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대폭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며 "내수 경기 침체와 브랜드력 약화에 재고자산평가손실이 150억원 반영돼 적자폭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손 연구원은 "올 1분기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사업 달러 매출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높을 것이나 한세엠케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중국과 한국 모두 타격 받아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가운데, 한세그룹이 한세엠케이 기업을 어떻게 끌어안고 나아갈 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업계 전반적으로 경영난으로 자회사가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긴급 수혈에 나서는 등의 행보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시장이 안좋다"며 "다만 그룹 차원의 움직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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