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노조, 최종구-이석주 대표 간 통화 녹취파일 공개
"경영에 관여 안했다"던 제주항공, 임금·셧다운 지시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일시적 부분 업무정지 상태)'을 놓고 양사 대표가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관여한 바 없다고 시종일관 부인해 왔으나 이번 녹취록 공개로 구조조정과 셧다운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6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3월20일 통화에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측이 이스타항공의 전면 셧다운을 지시한 정황이다.

최 대표는 "국내선 슬롯(스케줄 배정) 중요한 게 몇 개 있는데 이런 게 없어지면 M&A의 실효성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이 대표는 "그건 각오하고 있으니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공개된 녹취 파일에선 최 대표가 직원들에 대한 체불임금과 희망퇴직 등을 걱정하는 발언도 담겨있다.

최 대표는 "지난 번에도 말씀했지만 희망퇴직한 사람들에게는 체불임금을 다 주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제주항공이 경영을 할 때 미지급 급여를 다 줘야 한다"면서 "직원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면 그거는 저희가 할 거다"면서 "딜 클로징 하면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라고 답했다.

체불임금 해소는 이스타항공의 몫이라는 제주항공의 이때까지의 주장과는 전면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부터는 그나마 남아있던 국내선까지 아예 운항을 중단한 '셧다운' 상태다. 이 때문에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데다가 유동성 위기가 심해져 2월 일부 급여를 지급한 이후 현재 체불임금이 250여억원에 달한다.

이스타항공은 셧다운이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것인 만큼 4∼6월 임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도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지시한 바 없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조업비, 항공 유류비 등을 장기 연체해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제주항공은 일단 지난 3일 노조가 주장한 셧다운 지시 등의 쟁점에 대해 이르면 7일 공식 입장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녹취록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인수합병이 원활히 성사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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