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7개 은행 849건 적발…'현대판 음서제'

사진 픽사베이

[일요경제 방석현 기자] 주요 은행들의 채용비리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적발돼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의연대(대표 김득의, 이하 금정연)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7~2020년) 주요 7대 은행들의 채용비리 적발건수(6월 24일 기준)는 849건에 달했으며, 최다 적발 은행은 국민은행(36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239건), 신한은행(154건), 우리은행(37건), 대구·광주은행(각각 24건), 부산은행(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은행들의 검찰 수사 및 재판 진행경과를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2018년 2월, 본점 및 윤종규 회장실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며 같은해 3월 인사팀장이 구속됐다. 같은해 10월 국민은행은 벌금 500만원과 인사팀장 등 3명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전 HR(인사)본부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나은행의 경우 2018년 2월 은행장실 및 본점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며, 3월 인사부장 출신 본부장 2명이 구속됐다. 같은달 4월 전 인사부장 2명이 구속되고, 6월 함영주 은행장 등 4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신한은행은 2018년 5월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 검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같은해 8월 전 인사부장 2명이 구속됐다. 같은해 10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며, 2020년 1월 서울동부지법은 조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금정연은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의 특성으로 부정합격자 중 임직원 자녀가 다수 포함돼 고용세습까지 이어지는 등 '현대판 음서제(과거시험 없이 관직을 받는 제도)'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성차별 채용도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채용비리 책임자들은 연임까지 확정돼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부정 채용 입사자들도 여전히 근무 중인 경우가 다수라고 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수많은 청년들을 들러리로 만들어 좌절시킨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에 대한 재판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채용비리는 채용의 공정을 기대한 사회 전반의 신뢰를 훼손한 엄중한 사건이지만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자인 은행조차 피해자 구제 방안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등 경쟁에 내몰려 있는 청년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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