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신흥시장인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각각 10만3319대와 5만6130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3%와 6.4%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 중국의 전체 승용차 판매는 197만8000대로 작년 1월보다 13.5% 증가했지만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증권업계는 현대·기아차의 올해 1월 중국시장 점유율이 2010년 이후 월 단위로는 최저 수준인 8.1%로 내려앉을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창청자동차와 지리자동차 등 중국 6개 업체의 승용차 판매량은 1월 35만4000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1%나 급증했다.

NH투자증권의 한 연구원은 "향후 중국시장의 경쟁구도가 기존의 합작법인간 경쟁에서 현지 업체가 참여하는 다극화된 구조로 바뀌면 자동차업종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업체와 2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시장에서도 현대차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인도시장에서 신형 i20(9541대)를 포함해 총 3만4780대를 팔았다. 작년 1월보다는 4.1% 증가했지만, 인도 자동차 시장 평균 판매 증가율(5.8%)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점유율은 15.2%를 기록했다. 인도 현지 업체 스즈키 마루티에 이어 업계 2위를 유지했지만, 현대차의 인도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17.3%에서 11월 16.8%, 12월 15.6%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스즈키 마루티는 9.3% 늘어난 10만6000대를 판매해 점유율 46.0%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켰다.

브라질 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차는 작년 1월보다 3.6% 줄어든 1만7566대를 판매해 경쟁 관계인 르노(6위·1만5391대)를 제치고 현지 판매 5위를 차지했다.

1월 브라질 자동차 판매량이 경기침체 여파로 작년 동기 대비 18.6%나 급감했지만, 현대차는 소형 해치백 HB20의 인기 덕분에 비교적 선방했다.

HB20은 지난달 현대차 판매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8962대를 판매해 브라질 승용차 판매 순위 4위 자리를 지켰다.

기아차는 26.1% 감소한 1743대를 팔아 점유율은 0.71%에 그쳤다.

반면 경기침체와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1월에 1만2707대를 판매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나 증가했고, 기아차도 1만1346대로 1% 늘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루블화 하락에 따라 지난달부터 러시아로 수출하는 다른 차종의 물량을 줄이고 있어 2∼3월부터는 판매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