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포스코 ‘4조 규모 부실 M&A’ ‘정치권 로비’ 정황 확보
정준양 전 회장 출국 금지·전 정권 실세 개입 의혹도 수사

▲ 검찰 수사관들이 지난 13일 인천시 연수구 포스코건설 건물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일요경제=김현우 기자] 검찰의 수사 칼날이 포스코건설을 넘어 그룹 전체로 향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번 검찰의 수사가 포스코뿐만 아니라 재계와 정치권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와 관련 업계는 긴장상태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은 포스코 건설 본사와 임직원의 집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최근 수년간 포스코가 현금 4조원을 투입했던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 비리가 있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포스코의 기업 인수·합병을 주도했던 정준양(67) 전 회장과 전·현직 고위 간부들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회장으로 재임했다. 이 기간 동안 대우인터내셔널과 성진지오텍 등 여러 기업을 인수해 2009년 36개였던 계열사를 2012년 70개까지 늘렸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포스코의 전문영역인 철강과 관련이 없는 비전문 영역의 업체로 알려졌다. 또 인수 당시부터 부실했거나 인수 가격이 터무니없게 높게 책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성진지오텍는 포스코가 지난 2010년 3월 지분 40.4%를 1600억원에 매입할 당시 인수 직전인 2009년 부채 비율이 1600%에 달할 정도로 부실이 심했고,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로 인한 손실까지 입었다. 당시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은 성진지오텍에 대해 기업존속 능력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성진지오텍의 회장은 이후 횡령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포스코는 또 2010년 3조3700억원을 들여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고, NK스틸도 377억원에 사들였다. 더불어 포스코엠텍은 2010년과 2011년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을 각각 인수했다. 당시 나인디지트는 부채 비율이 500%에 육박했고 리코금속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부실 회사를 사들여 포스코 경쟁력을 떨어뜨렸고 지난 MB정부 실세로부터 인수 로비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증권 등 관련 업계에서도 포스코가 사업 연관성도 없고 재무구조도 부실한 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하는 배경에 꾸준히 의문과 함께 정권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해 왔다.

현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는 부실기업 인수뿐만 아니라 포스코P&S의 조세포탈 혐의,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사업 등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재임 때 이뤄졌던 각종 사업에 대해 수사 중이다. 특히 베트남에 있는 포스코건설 동남아사업단에서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포스코건설 동남아사업단장(상무)으로 근무했던 두 명의 박모씨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이 상무급 임원 선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정 전 회장과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대표이사가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정황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검찰은 이들 사업에서 전 정권 실세의 개입 의혹을 파헤칠 계획이다. 벌써부터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L 씨, P 씨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진행할 자원개발비리 수사와 함께 지난 정권의 비리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국민 기업이나 마찬가지인 포스코에 비리가 있다면 반드시 밝혀내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포스코 비리 수사에 대해 한 정계 인사는 “이전 정권 비리에 대한 사정 드라이브는 정치 보복 논란을 빚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각종 비리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와 함께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청와대가 집권 후반기에 국정 동력을 살리는 차원에서 사정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부패와의 전쟁은 다목적 카드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의도에서 시작한 사정은 집권 세력에 득보다는 실이 컸다는 과거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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