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배당금 받고 직원 퇴직시킨 회사의 도덕성 논란, 노조도 의심

 
[일요경제=이재형기자] 올해 오너 일가에 1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배당한 메리츠화재보험이 회사의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직원의 약 15%를 해고해 비난이 일고 있다.

2014년에 순이익은 2013년 1355억원에서 1127억원으로 17% 줄었으나 배당금은 반대로 322억원에서 400억원으로 24% 늘었다. 배당성향도 35.5%로 4년 평균인 27.4%보다 높다.

메리츠화재의 배당금의 절반인 200억원은 지주회사인 메리츠금융에 돌아갔다. 메리츠금융은 조정호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7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조 회장 일가는 메리츠금융으로부터 85억7000만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또한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으로부터도 7억여원을 배당받아 배당 수입은 모두 93억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메리츠화재는 실적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말 남재호 사장을 비롯한 임원 15명을 해고했다. 또한 지난 3월 10일에는 희망퇴직을 통해 전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406명을 확정해 인사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전년 대비 영업 이익이 11.4% 감소한 약 154억 6000만원이어서 불가피하게 희망퇴직 결정을 내렸다”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전 임원의 연봉을 20% 삭감했다”고 말했다.

▲ 강남역 메리츠타워
조 회장은 지난 2012년 메리츠금융·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에서 연봉을 모두 89억원 받은데 이어 메리츠금융으로부터 47억원의 배당을 받아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메리츠금융의 순이익이 전년보다 68%나 줄었는데도 조 회장은 배당을 챙긴 것.

이를 두고 오너는 배당금을 두둑하게 챙기면서 임직원에게는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메리츠화재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강제 없는 희망퇴직이라고 했는데 인사위원회에 승인 절차는 왜 거치는지, 미리 규모를 공지해 놓고 그 규모를 넘을 경우 일부 반려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말만 자율 신청이지 아예 대상자를 이미 암묵적으로 정해놓고 압박을 가하면서 그 대상자 외에 인원의 신청은 반려할 계획인 것인지 이런 사항들에 대한 노조 측의 향후 계획이나 이런 부분이 논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표면상으로는 희망퇴직이라 말하면서 실제로는 퇴직 대상자를 정해놓고 퇴직절차를 진행한 것 아니냐 지적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특정 직원에게 퇴사를 강요한 사실은 없다. 희망퇴직은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메리츠화재 노동조합 김병훈 부위원장도 “희망퇴직 절차상 문제가 없었고 만약 강요가 있었다면 노조 측에서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절차를 밟았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메리츠화재는 그룹 오너 일가에 고액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임직원에게만 경영악화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또한 희망퇴직 절차상의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어 메리츠화재 노동조합은 기업 측과 담합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메리츠그룹 오너 일가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라와 있는 가운데 노조마저 사측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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