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적·시장점유율 하락, 도덕적해이는 '기본'

[일요경제=임준혁 기자] 삼양식품이 전인장(52) 회장의 취임 이후 소위 말하는 ‘잃어버린 5년’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다. 저조한 실적과 시장점유율, 무리한 신사업 추진은 말할 것도 없고 오너 일가의 부당행위 등으로 인해 사세가 기우는 것은 물론 업계의 빈축마저 사고 있다.

▲ 전인장(52) 삼양식품 회장
삼양식품이 지난해 또다시 시원찮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이러한 논란의 장본인인 전인장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인장 회장 취임 후 실적 감소
지난달 31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2014년 31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7억원, 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앞선 지난 2013년 삼양식품은 매출 3027억원, 영업이익 101억원, 당기순이익 3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2013년과 비교했을 때 작년 삼양식품의 실적은 그리 나아진 부분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전 회장 취임 전은 얘기가 달라진다. 시간을 5~6년 전으로 돌려보면 지난해 실적은 더욱 쓰리기만 하다.

삼양식품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각각 2793억원, 2984억원의 매출을 시현했다. 현재보다 작은 매출규모지만 속은 훨씬 알찼다. 실제 2008년 당기순이익은 175억원, 2009년엔 188억원에 달했다. 최근 2년 동안 30~4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가히 ‘영광의 시절’이라 할 만하다.

이처럼 삼양식품은 2009년 실적 최고 정점을 찍은 뒤 2010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인장 회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전인장 회장은 지난 2010년 부친인 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삼양식품 회장으로 취임했다.

◇야심찬 신사업 추진...시장의 ‘싸늘한’ 반응
전인장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야심차게 새로운 사업을 추진했다. 외식업체 ‘호면당’이 대표적이다. 전인장 회장은 취임 첫 작품으로 호면당을 내놓으며 고급 면요리를 앞세워 매장을 빠르게 늘려나가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호면당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에도 삼양식품은 제주우유와 크라제버거 등을 인수했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인장 회장의 신사업 추진, 특히 외식 사업 추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0월 라면요리 전문 외식브랜드 ‘LAMEN:S(라멘:에스)’를 론칭했다.

문제는 외식사업 분야가 이미 심각한 이른바 ‘레드오션’이라는데 있다. 최근 몇년 새 자영업자가 급격히 늘어났고, 대기업도 외식사업에 많이 진출한 상태. 무엇보다도 전인장 회장이 내세우고 있는 고급 면과 라면 분야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본업인 라면 시장점유율 오뚜기에 내줘
우려스러운 점은 전인장 회장의 ‘신사업’이 기를 펴지 못하는 사이 본업인 라면시장에서도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까지만 해도 삼양식품은 라면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6%로 농심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012년 점유율이 12%로 떨어지면서 2위 자리를 오뚜기에 내줬다. 삼양식품은 현재까지도 오뚜기에 5% 가량 뒤진 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영능력 부족 뿐만 아니라 도덕성도 수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전 회장은 ‘불법 통행세’가 적발되며 망신을 당했다. 자신과 가족이 대부분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계열사를 유통과정에 슬쩍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른바 ‘통행세’를 챙긴 것이다.

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취임 이후 5년 동안 삼양식품은 본업과 신사업에서 모두 고전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오너일가의 부당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전 회장은 2013년에 이어 작년에도 7억원의 연봉을 받아갔다.

경영은 시장환경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오너일가의 모럴해저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고 지탄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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