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3년 구형, 동양그룹 사태에도 사재보전에만 관심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청담동 한복판에 자신의 갤러리를 이용해 부유층만을 대상으로 고가의 미술품 거래를 대행해 오던 홍송원(62) 서미갤러리 대표가 7년 형의 철장 신세를 지게 돼 예술계 뒷거래가 보여주는 씁쓸한 말로를 보여주고 있다.

홍 대표는 동양그룹 사태가 터지자 당시 이혜경(63·여)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소유한 고가의 미술품 ‘블러드 미러’ 등을 가압류 전에 빼돌려 매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열린 홍 대표의 강제집행면탈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혐의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홍 대표가 이 전 부회장이 빼돌린 미술품을 팔아준 혐의(강제집행면탈 등)에 대해서는 징역 4년,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하면서 수십억원 대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조세포탈 등)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 50억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또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 전 부회장에게 징역 3년을, 당시 이 전 부회장의 지시를 받고 미술품 반출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전 동양네트웍스 과장 임모(37)씨에게도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홍 대표는 동양그룹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일반 투자자들과 채권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도리어 수십억 상당의 그림과 가구 등을 반출하고 은닉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며 "이 과정에서 홍 대표는 미술품 판매 대금을 횡령하기까지 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전 부회장 또한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있음에도 본인의 재산을 보전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며 "임씨의 경우에도 지시에 의해 범행에 가담하긴 했으나 사태 후 투자자와 채권자의 피해회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 측 변호인은 우선 홍 대표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거래 내역을 기재하지 못해 신고하지 않은 점은 죄송하나 이는 신분 노출을 꺼리는 고객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소장하다 지난해 법원 압류 직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빼돌려 90만 달러(약 9억8000만 원)에 판매한 인도 조각가 애니시 커푸어의 스테인리스스틸 조각 ‘블러드 미러’(2000년)
가압류 전에 미술품을 빼돌린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이 전 부회장의 미술품에 대한 강제집행을 하려 했다는 정황이 없었다"며 "미술품 등의 경우 매각을 부탁받은 것이기 때문에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 측 변호인은 "당시 상황이 미술품 반출이 불가피했었다"며 "일부 미술품을 매각하긴 했지만 나머지는 다 압수됐고, 이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도 포기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홍 대표는 "남을 돕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가리지 못하고 행동을 했었다"며 "반성하고 있고 새로운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답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전 부회장 또한 "동양사태 피해자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물건을 정리해 부채를 갚고 생활비로 쓰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홍 대표는 동양그룹에 대한 법원의 가압류 절차가 진행되기 전인 지난 2013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이 전 부회장이 빼돌린 미술품 330여점 중 13여점을 넘겨받고, 이를 국내외에서 모두 47억9000만원에 매각한 혐의로 기소됐다.

홍 대표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미술품 거래 과정에서 매출 기록을 조작해 30억여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 전 부회장은 홍 대표에게 미술품 매각을 지시한 혐의로, 전 동양네트웍스 과장 임씨는 미술품 반출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홍 대표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1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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