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금호산업 인수에 ‘보수적 평가’

▲ 불붙은 금호산업 인수전,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일요경제=임준혁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의 향방을 가를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 57.5% 매각 본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략적 투자자(SI)인 호반건설이 입찰제안서에 과연 얼마를 적어낼 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인수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사모펀드(PEF) 상당수의 입찰 포기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실제 금호산업 인수전에는 현재 호반건설과 함께 재무적투자자(FI)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IBK펀드), 자베즈파트너스, MBK파트너스, IMM펀드 등 5개사가 입찰적격자로 참여한 상태다.

시장에선 일단 사모펀드들의 입찰 참여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옛 사주 우선매수권 부여' 방식의 딜 특성 탓에 인수가 쉽지 않은 구조인데다 파트너인 SI를 찾기도 마땅치 않아서다. 금호산업이 자회사(아시아나항공)로 갖고 있는 항공사 경영능력 검증대를 통과하기도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또한 당초 지난 2월 LOI 접수 이전까지만 해도 유통·호텔업체를 거느린 대기업들이 원매자로 언급됐었으나 유일한 대기업 LOI 참여자였던 신세계가 인수의향서를 철회하며 대기업 변수는 사라진 상태다.

이에 따라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SI)인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의지가 이번 인수전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는 오는 28일 금호산업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마감한다.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그룹 1대 주주 지위 탈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구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호반건설의 2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28일 본입찰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되는 금호산업은 건설업계 20위권(시공능력평가 기준)의 중견 건설업체에 불과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할 경우 국적 대형 항공사를 보유한다는 점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다른 계열사까지 줄줄이 딸려온다는 점은 더 매력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지분 46.00%를 갖고 있고 금호터미널 지분 100%, 금호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서는 절대 남에게 내줘서는 안되는 핵심 자산이자, 다른 기업들이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경우 가장 군침을 흘릴 만한 자산이다.

금호산업 인수 후보 1순위는 박삼구 회장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박 회장은 채권단 보유 주식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다. LOI를 제출한 기업들이 제시한 금액을 보고 최고가보다 조금이라도 많은 금액을 써내면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가져갈 수 있다.
 

박삼구 회장 우선매수청구권 이점 갖고 있어
문제는 ‘자금력이 뒷받침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더라도 다른 입찰 참여자가 박 회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금액을 적어낼 경우 그룹 재건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재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대항마로 호반건설을 거론하고 있다. 시장에서 호반건설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다’는 추정이다. 금호산업 인수가 아니라 기존에 보유한 금호건설 지분의 시세차익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 개선 등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호반건설은 이번 인수전을 통해 전국적으로 회사 이름을 알리며 금전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를 얻었다. 여기에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로 주가상승에 일조하는 와중에 주식을 사고팔며 약 300억원의 차익도 챙겼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수시로 금호산업에 대한 강한 인수 의지를 보여 온데다 자금동원 능력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실제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호반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4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권 등 외부수혈을 통해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 인수가격인 1조원은 충분히 동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산업 적정 매각 가격은 8000억~9000억 원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광주·전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견 건설업체의 자리에 머물러 온 호반건설로서는 이번 ‘배팅’에 성공하면 단숨에 전국구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항공사를 비롯한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 그룹의 주인이 된다는 점에서 큰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외부 수혈까지 받아가며 1조원 내외의 무리한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금호산업 지분 57.5%의 시장가치는 4200억원 가량에 불과한데다, 우발채무 등을 감안하면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6000억원을 더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 나아가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더라도 요즘 같은 경영환경에서 사운을 건 모험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단 보유 지분의 시장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 2000~3000억원 정도가 붙는 선에서 입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예상가 ‘8~9000억’ VS 호반건설 “7000억 투자도 아깝다”
이러한 가운데 호반건설 내부에서는 대략 8000~9000억원으로 보고 있는 금호산업 인수액도 지나치게 과대 계상됐다는 의견이 나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확인 결과 호반건설은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본입찰에 참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28일 있을 금호산업 인수 본입찰에 참여를 하되 공격적 베팅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예비실사 기간 동안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산업 및 계열사의 주가가 실제보다 고평가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반건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호반건설은 실사의 비중을 금호산업보다 아시아나항공에 더 뒀었다"며 "실사 결과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상당히 고평가돼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실사를 했던 기간은 3월말부터 4월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주당 9000원 안팎이었다. 지분 100%의 시가총액은 1조7000억원 가량이다. 따라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08%)의 주식가치는 그 당시 5114억원이었다. 이 주식가치가 고평가돼 있다고 당시 판단했던 셈이다.

금호산업 주식가치에 대해서는 더욱 혹독한 평가를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산업 주가는 당시 주당 2만2000원대였다. 지분 100%의 시가총액은 7500억원 정도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보유중인 보통주 57.13% 지분 전부를 매각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지분의 시장 가치는 4285억 원으로 계산된다.

한 거래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거의 제로(0)에 가까울 정도로 가치가 없는 것으로 봤고,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중 아시아나항공 주식가치를 대부분의 그룹 가치로 평가했으나 그마저도 고평가 돼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정황을 기초로 봤을 때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 본입찰에서 8000억원 이상을 써내기 어려울 것으로 거래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혹독한 평가 대로라면 7000억원도 써내기 어려울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금호산업 및 기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의 경영권 인수 비용(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금호산업 주가만을 고려한, 지나치게 낮은 가격은 써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금호산업 인수를 놓고 호반건설이 낮은 가격을 써 낼 것이란 예상과 배치되는 상황이 최근 벌어졌다. 바로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의 발언이 그것이다.

김상열 회장은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채권단에서 인수가격 가이드라인을 1조원 밑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 자기자본이 2조원이 넘어 인수가격 1조원을 조달 못 하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김 회장의 발언 때문에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이 1조원 이상의 공격적인 본입찰 가격을 써 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평소 전해들었던 기초적 정보를 알려준 것일 뿐 호반건설이 써 낼 가격의 가이드라인을 김 회장이 말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호반건설 한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무리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라며 "건설업 관련 여러 사업을 해야 하는데 M&A에만 큰 돈을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언론사들의 거듭된 취재 요청에 준비되지 않은 답변을 한 것으로 호반건설 임직원들을 보고 있다.

이런 분석에 대해 금호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대부분 얻었다"며 "마지막 본입찰은 형식적인 절차일 뿐 차츰 '금호 이슈'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관측은 호반건설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비교적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높은 가격을 써 내더라도 박삼구 회장은 일단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고 할 인물"이라며 "금호산업 인수가 어려운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베팅해서 누군가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상황을 김상열 회장은 바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실사 결과 분석은 어디까지나 실무진 및 인수 주관사의 분석일 뿐이라는 것. 김상열 회장의 의중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호반건설 실무진은 '공격적 안'과 '적정 안' 두 가지를 김상열 회장에게 입찰 당일 보고할 예정이다. 최종 어떤 카드를 뽑아들 지는 김상열 회장만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호반건설 내부에서는 전반적 기류가 보수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호반건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약 1조원 정도의 입찰가격을 쓸지 실무진의 판단대로 7000억원을 쓰기도 아까운 가치 없는 M&A를 현실적으로 인정할지 뚜껑은 내일 열어봐야 알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