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철 교수의 인생 전반을 담은 대담집 '도시를 그리는 건축가:김석철의 건축50년 도시 50년'

[일요경제=임준혁 기자] 세계적인 건축가·도시설계가로서 지난 50년간 유수의 건축물과 도시계획을 선보여온 김석철(명지대 석좌교수·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장)의 인생 전반을 담은 대담집 『도시를 그리는 건축가: 김석철의 건축 50년 도시 50년』이 출간됐다.

 

언론인 출신의 현직 변호사인 오효림 씨가 대담의 진행을 맡은 이 책에서 김석철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의 건축수업, 중년 시절의 해외 도시설계 경험, 암 투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현재의 모습까지를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회고한다.

김석철과 오효림의 대담은 2011년 4월부터 2014년 1월까지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총 30여회 진행된 인터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제적 명성을 쌓던 중 불시에 찾아온 병마와 싸우면서 김석철은 모든 활동을 접고 귀국한 와중에도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제5부 ‘멈추지 않는 꿈’에서 소개하는 그의 대표작으로는 예멘의 아덴 신도시 설계로 선보인 21세기형 이슬람도시 프로젝트와 새만금 아쿠아폴리스를 비롯한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 등이 있다.

특히 두번째 암수술을 마치고 회복되자마자 아무도 발주하지 않은 자신만의 프로젝트로서 설계해낸 한반도 관련 인프라들은, 도시설계가로서 한국사회의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하는 일이기도 했다.

동서관통운하, 백두대간 에너지 도시, 새만금 아쿠아폴리스 등은 한국사회가 지난 10여년간 목격해온 여러 국가적 토목사업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밝히며 이를 어떤 방도로든 개선해낼 수 있다고 믿는 한 건축가의 청사진이다. 또한 두만강 하구 다국적도시는 남북한·중국·러시아 등 4개국 이상이 관여하는 세계적 프로젝트로서, 남북한 통일이라는 현실의 과제를 앞두고 과연 어떤 실질적인 경제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 신선한 화두를 던져준다.

이 책은 한 사람의 건축가·도시설계가가 70여년 인생 동안 축적해온 방대한 인문적 지식과 국적을 넘나든 건축과 도시설계를 통해 어떻게 코즈모폴리턴의 한 전형으로 성장해갔고 결국 전세계가 주목하는 작품들을 내놓을 수 있었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들려준다.

김석철 자신이 직접 그린 설계도면들뿐 아니라 그와 어울리는 세계의 역사·사회·문화 등에 관한 생생한 해설들은 건축과 인문이 만난 통섭의 본보기로 손꼽힐 만하다.

또한 이 대담에서는 비단 한 개인의 일대기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 관한 또다른 관점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접해온 사회과학적 해석은 한국사회가 처한 모순의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하는 데에 오롯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오래된 틀을 깨는 듯한, 다소 명랑하게 읽히기도 하는 이 70대의 현직 도시설계가의 입담은 우리의 편견을 깨뜨리며 한반도의 공간에 관한 새로운 상상으로 우리를 안내해준다.

김석철과 또 그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오효림의 대화에 차례로 귀를 기울이는 동안 우리는 지난 50여년간 한국이 걸어온 발자취를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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