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약세 지속시 6월 금리인하 필요성 대두

[일요경제=임준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의 전망과 부합되는 결정이다. 실제 최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10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3.4%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3월 금통위 이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예대금리를 비교한 실질금리는 제로금리에 가까운 미국과 비슷하다”며 “현재 금리수준은 실물경기를 충분히 뒷받침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해 하반기 ‘추경론’에 불씨를 당기기도 했다.

이 총재는 올해 1분기 0.8%(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지만 개선흐름을 이어갔다”며 “2분기 경제흐름이 앞으로 회복세 판단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5월 경제지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경기회복을 위한 금리인하 필요성을 수차례 밝혔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한은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3월 금통위 이후 스탠스가 바뀌었다. 그는 이달 초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2분기 1%대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올해 전년 수준(3.3%)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이 5월 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와도 연관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를 내리면 소비가 더 늘어난다는 것도 이제 검증이 필요하다. 가계부채 등 다른 부작용들은 없는지 다 봐야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1~4월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8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4월 한달에만 8조5000억원이 늘면서 전년동기(2조1000억원) 대비 4배 이상 폭증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1~4월 주택담보대출은 19조6000억원 증가한 반면 마이너스통장 등 일반대출은 오히려 1조4000억원 감소했다.

올해 1~4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가계대출 총액(37조3000억원)의 49%, 2013년 가계대출 총액(23조3000억원) 78%에 육박한다. 한은 내부적으로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될 시점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추가 금리인하 기대심리가 여전하다. 특히 엔화, 유로화에 대한 원화 환율절상에 따른 수출 부진을 걱정하는 의견이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수출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6월 금리인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원/엔 환율 등의 문제로 2분기에도 수출 약세가 지속될 경우 6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총재가 5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이 총재가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 또 몇 명의 금통위원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냈는지가 향후 통화정책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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