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펀드와 4천150억원 매매 본계약…박삼구 회장 인수부담 증가설 솔솔

[일요경제=임준혁 기자] 금호아시아나가 그룹의 '모태' 금호고속이 3년 만에 다시 금호그룹 품에 안길 예정이다.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이하 ‘IBK펀드’)는 금호그룹에 금호고속 지분 100%와 금호리조트 지분 48.8%를 4150억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밤 밝혔다.

금호그룹은 금호리조트 지분을 제외하고 금호고속만 사겠다는 뜻을 IBK펀드 측에 제시하기도 했지만, 결국 일괄 인수에 합의했다. 대신 IBK펀드는 애초 제시했던 가격보다 매각가를 다소 낮춰준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룹은 이날 계약금으로 500억원을 현금 지급했으며,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신고가 종료되는 대로 나머지 인수대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호남 지역이 기반인 금호고속은 금호그룹의 뿌리에 해당하는 회사이지만 지난 2012년 금호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됐다.

금호고속은 이후 2년의 매각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해 매물로 나왔으며, 금호그룹은 이때부터 확고한 인수 의지를 보여왔다.

IBK펀드는 올해 2월 23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금호그룹 측에 금호고속을 4800억원에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금호그룹이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IBK펀드는 매각가격을 극대화하려 하면서 양측의 진통은 막판까지 이어졌다.

우선매수청구권 협상 종료 기한인 이날까지도 매각가격과 금호리조트 지분 분리 여부 등 계약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계약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됐다.

IBK펀드 관계자는 "금호리조트 지분을 통합 매각 처리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금호그룹에 부여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존중했다는 점에서 양측이 '상호 윈윈'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금호그룹 측은 "상호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 금호고속 매매 계약을 마무리 짓게 됐으며 모태 기업인 금호고속 재인수를 시작으로 그룹 재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 인수가 마무리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그룹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2009년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채권단이 57.5%(약 1955만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이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 주식 100%를 보유하는 등 금호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맞물려 있어 그룹 재건을 위한 핵심으로 통한다.

이와 관련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13년 11월 복귀했고, 금호산업을 되찾아 그룹을 재건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50%+1주)을 사들일 '우선매수 청구권'이 있어 자금만 조달하면 누구보다 먼저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쥘 권한이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달 28일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6007억원으로 단독 응찰하자 가격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유찰시키고 재입찰에 부치는 대신 박 회장과 개별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은 6월 중 삼일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두 곳의 매각가치 산정 절차를 거친다. 이렇게 나온 기업 가치에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으로 7월 협상을 벌이고, 박 회장은 8월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만약 박 회장이 제시된 금액에 동의하지 않으면 채권단은 다시 일방적으로 가격을 통보할 수 있고 이마저 거부하면 채권단이 제3자와 수의계약을 진행하게 된다.

금호고속은 연간 500억원 정도 흑자를 보는 기업이기에 이날 금호터미널의 금호고속 인수결정은 금호산업 평가가치를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금호산업'을 무조건 인수해야 하는 박 회장의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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