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사태 늑장대응으로 화 키운 책임져야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메르스가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보건당국에 대응 매뉴얼 조차 없다.

초기 대응 부실이 화를 키웠다. 특히 첫번째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하지 않는 등 신뢰감 없는 대처로 국민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들었다.

결국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12일이 지나서야 관계장관들이 한곳에 모였다. 이미 메르스로 2명이 숨졌고 격리 관찰 대상자는 1300명, 자가격리자는 1200명을 넘어선 뒤였다.

한마디로 기가막힐 노릇이다. 뒤늦게 콘트롤타워가 꾸려지고 범정부차원의 본부가 만들어졌지만 정부 내 메르스 대처법이 제각각이어서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선박안전기준을 무시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사태, 초기에 신속하고 꼼꼼하게 대응하지 않아 전 국민을 불안감에 빠뜨리고 국제적 불신과 대통령의 미국방문 일정까지 취소하게 만든 메르스사태.

이 모두가 인재이며 그 시작은 '안전불감증'이라는데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기단계에서 잘 대응했다면 큰 화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정부도 안전에 대해서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점검해야 하며 국민들의 안전의식수준도 한층 높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더 이상의 참사가 없기를 바라면서 우리나라의 안전에 대한 의식수준을 짚어본다.

◆ 안전불감증 사례1.

지난달 29일 오후 서초구청 정정재 주무관 등 에너지관리팀 직원들이 관내 한정식 식당을 방문했다.

이 가게는 올해 1월 정기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던 식당이었으나 꼼꼼히 살펴본 결과 안전 기준을 지키지 못한 사례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주방 연소기(가스레인지)의 미사용 점화봉은 일반 테이프로 막아놓아 사고 위험이 있었다.보일러실의 가스 누출 경보차단기는 아예 전원 코드가 빠져 있었다. 천장 가스배관에선 위급 상황 때 식별을 어렵게 만드는 도색 불량 구간이 다수 발견됐다.

이날 구청 단속반이 점검한 서초구 소재 대형식당 5곳 중 3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서초구의 특정가스사용시설 1823곳 중 1806곳(99%)이 합격 판정을 받았으나 이 중, 102곳을 구청이 직접 점검한 결과 60곳(59%)만이 안전 기준을 충족했다.

◆ 안전불감증 사례 2.

지난 7일, 당진시 도비도와 난지도를 운행하는 C해운 소속 103호 도선이 정원을 두 배나 초과하고 운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선박은 오후 1시께 소난지도를 출발할 때 이미 정원 95명이 거의 채워진 상태였지만 대난지도에서 수십명의 인원을 추가로 승선시켜 정원보다 50~60여 명의 인원을 더 태우고 도비도로 떠났으나 이를 목격한 난지도리 주민이 평택해경에 신고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 안전불감증 사례3.

경남 통영에서는 낚시꾼을 더 많이 태우기 위해 소형어선을 불법으로 개조한 선주 11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자신들 소유 선박의 선실을 넓히거나 선미나 갑판을 늘려 선체를 불법으로 확장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몇몇 선주는 선실을 규정보다 5배나 더 넓게 확장하는 등 불법 증축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낚시객을 더 승선시키고 어구를 더 싣고 먼 바다까지 나가 고기를 잡으려고 불법 증축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불법증축을 하면 선박 복원력이 낮아져 세월호처럼 배가 뒤집힐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불행한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국민들의 안전의식 수준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례들도 있다.

◇ 안전의식 고취 사례1.

당진교육지원청은 6월 말까지 관내 통학차량을 운영하는 34개 학교(유치원포함)를 대상으로 통학차량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이번 안전점검은 차량의 타이어 마모상태, 소화기 및 구급상자 등 안전장구 확인과 탑승자 안전띠 착용, 어린이통학차량 보호자의 탑승 및 차에서 직접 내려 승ㆍ하차 지도 등에 관한 사항을 재강조해 안전사고 예방에 중점을 두도록 했다.

또한, 관내 학교 및 학원의 어린이통학차량 전수조사를 병행 실시해 어린이통학차량 신고여부, 운영자 및 운전자의 안전교육 이수 등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반영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 안전의식 고취 사례2.

The-K손해보험은 서울 마포중학교와 경기 남양주 미금중학교에서 학생들의 '교통사고 불감증'을 불식시키는 교통안전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The-K손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교통안전 불감증'을 불식시키고 일상생활 속 학생들의 교통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난 5월 건대부고와 제천디지털고를 시작으로 '학교로 찾아가는 교통안전교육'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교육은 실제 블랙박스 동영상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교통사고 유형과 그 예방법을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사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The-K손보 직원이 직접 강사로 나와 교육한다.

이런 사례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에 대한 시스템을 하나도 빠짐없이 점검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국민들도 안전에 대한 의식수준을 높혀 나가야 진정한 선진국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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